본문 바로가기
칭기스깐학습법/맘샘이 쓰는 일기

한쪽 날개로 날아갈 준비가 된 나의 딸

by 법천선생 2011. 7. 4.

7시 10분이면 항상 울리는 알람시계가 아침을 깨운다.

일어나기 싫은 세 사람 그중 제일 늦장을 부리는 건 아이들이 아닌 바로 나다.

 

올해 6학년이 된 큰아이가 가장 먼저 일어난다.

씻고 옷 갈아입고 밥을 차리기 시작한다. 이불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자기 것만 차려 먹겠지’ 하지만 동생과 엄마 것도 잊지 않고 차려준다.

큰아이가 아침을 차리는 동안 작은 아이가 일어난다.

 

씻고 누나가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나를 깨운다.

나는 세 식구 중 가장 늦잠꾸러기! 가장 꼴찌로 일어나는 이가정의 가장이다.

 

씻지도 않고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밥을 먹는다.

그것도 내가 차린 밥상이 아닌 큰아이가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며 학교에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대답한다.

웃는 얼굴로 아침식사를 그렇게 마친 후 가방을 메고 현관에 두 아이가 서있다.

큰 아이가 1학년 때 부터 시작한 아침기도를 큰아이를 꼭 껴않으며

이젠 나보다 더 커서 내 몸속으로 다 들어오지 않는 이 아이를 안고 기도한다.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지혜롭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아이, 삶에서 단 한번 뿐인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러면 큰아이가 학교로 출발한다.

이제 둘째아이 차례이다. 똑같이 기도하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웃으며 학교에 간다.

 

작은 아이가 15개월 무렵 아이들의 아빠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후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세 식구의 가장으로써 살아야만 했다.

 

힘들어도 아이들 앞에서 활짝 미소를 보내야만 했고 직장일로

아이들의 삶에서 많은 순간들을 함께 보내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이해한다.

말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너무나 나의 아이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 두 아이가 나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세상에서 각자의 비전을 반드시 이루어 나가는데 엄마로써 꼭 큰 보탬이 되고 싶다.

 

요즘 시대가 바뀌어가고 아이들의 생각도 예전의 우리의 생각과 정말 다르다.

집집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으며 닌텐도며 각종게임기 하나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가정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나의 시대에는 초등학교 때 공기놀이, 사방치기, 숨바꼭질과 같은 몸으로

움직이며 하는 놀이들을 하며 방과 후를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2~3군데는

다녀야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여가시간을 대부분 컴퓨터와 같은 기계와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의 행동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듯이 우리아이들은

집에 오면 먼저 성경책을 읽는다.

 

그런 후 학교 숙제를 하고 엄마가 내준 암호를 풀어 간식이 있는 장소를 찾는다.

우리아이들의 가장 큰 재미가 엄마가 내준 암호풀기다.

 

예를 들자면 이런 암호다.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붉은 상자를 찾아라

그 곳에 빛이 있으니 그 빛을 보면 간식이 있으리라’ 이런 암호다.

 

이암호의 답은 전자렌지 속이다.

어둠의 긴 터널은 우리 집에서 전자렌지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좁은 통로를 지나야만 하기 때문이고 붉은 상자는 전자렌지의 색이며

전자렌지의 문을 열면 빛이 나기 때문에 간식이 잘 보인다.

 

간식을 먹으며 독서를 시작한다.

책 한권을 읽지 않으면 절대로 컴퓨터에도 닌텐도에도 다가갈 수 없다.

암호풀기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집에 돌아와 하루를 보내고 있을 무렵 나는 열심히 일을 한다.

한 푼이라도 벌어야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는 시간이 보통 10시다. 10시부터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학교숙제를 제대로 했는지 저녁은 먹었는지 살펴야하고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간편하게 갈아입히고 씻고 아이들을 재운다.

 

아이들이 잠들면 나는 집안일을 시작한다.

빨래 널고 개고 내일 아침밥을 하고 반찬을 몇 가지 만들고 그런 후

아이들 틈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내가 아침에 가장 늦게 일어나는 꼴찌인 것이다.

나는 이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두 아이는 나에게 산소이다.

큰 아이는 커서 생명과학자가 되어 꼭 노벨상을 타오겠다고 한다.

길에서 우연히 아이들과 날개가 반쯤 잘려나간 잠자리를 발견했다.

 

그 잠자리를 우리 세 식구는 응원했다.

“날아라! 잠자리야~” 잠자리가 정말 날아갔다.

그것을 보고 큰아이는 노력하고 힘내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책도 그런 책들을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정말 답변하기 힘든 질문들을 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질문이 좋다.

 

큰아이가 질문을 할 때마다 질문에 답해 줄려고 노력한다.

인터넷도 찾고 책도 찾아가며 그 질문들이 점점 줄어들수록 슬퍼질 것 같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게 되는 거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줄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

 

얼마 전 살모넬라균, 포도 상구균등 균에 관심을 보이며 답변을 해 왔다.

바로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라고만 답해 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행복했다.

 

큰아이와 같이 길을 가고 있는데 가시가 나 있는 송충이 같은 벌레가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뭐야 송충이 아니야”라고 말했다가 큰아이에게 엄청 혼났다.

 

그 벌레의 이름이 흰독나방 애벌레란다.

송충이들도 다 이름이 있고 이렇게 예쁜 벌레에게 무례하게 이야기하면

어쩌냐며 오히려 내가 한수 배웠다.

 

집에 와서 몇몇 애벌레들의 설명을 큰아이로부터 듣게 되었다.

우리 큰 아이의 꿈은 인간의 몸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균)을 찾는 것이다.

 

위에 번식하는 균인 헬리코박터균을 찾아낸 헬리코박터박사처럼 되어서

노벨상을 받는 것이 목표다. 정말 목표가 크다.

 

하지만 난 그 목표를 절대로 꺾지 않는다.

어쩌면 대한민국 과학자 최초로 노벨상을 받는 아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힘든 점들 우리가정이 놓인 처지들 다 이해해 주고

아침도 스스로 차려먹고 한 부모 가정임에도 떳떳하게 살아가는

우리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

 

다른 가정들 살펴보면 여러 군데의 학원 다니며 주입식교육에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미래는 그런 아이들의 것이 아닌 어리지만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을 가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아이와 같은

아이들이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지금 우리아이가 세상의 눈에는 한쪽 날개가 잘려나간 그 잠자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부족한 날개이지만 훨훨 날아가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는 그런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2011년 6월7일 최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