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순간에 모두 한 관세음보살 염불
강화도 보문사에서 인천으로 가던 중에
멀쩡하던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뭉치더니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돌풍이
일기 시작하였다.
배는 거센 풍량에 흔들리면서 기우뚱 기우뚱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배를 탄 사람들은 모두 당황해
어쩔줄 몰랐다.
게다가 산더미 같은 파도가 계속 배를 때리자
배는 곧 부서질듯 '우지직 우지직,하였으며
갑판위로 바닷물이 쉴새없이 넘쳐 들어 왔다.
우용택의 일행을 비롯하여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잃었다.
그 중에는 살아 보려고 배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사람, 마냥 정신없이 '엉엉'우는 사람 등 갖가지였다.
그런데 이처럼 급박한 상항이 전개되고 있는데,
어디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간절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승객 중 한 사람이 거의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로 오로지 "관세음보살"만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이 풍량에서 살아 남기를 바란다면
모두들 한마음으로 '나무 관세음보살,을 부르십시오 .
그리고는 또다시 목청을 높여서 외쳤다.
"이 곳 강화에는 낙가산 보문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험 있는 관세음보살님이 계시니 우리가
정성을 다하여 모두 함께 관세음보살님을 부른다면
반드시 그 묘지력에 의하여 살아 돌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 불교를 믿는 사람은 물론이고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모두 동시에 관세음보살을
부르기 시작 하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것 저것 가릴 사항이 아니었다.
배 안은 갑자기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합장 소리로
가득 하였다.
사실, 우용택과 그 일행은 유생 이었다. 한번도 불러본적이
없는 "관세음보살"을 부르자니 선뜻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머뭇거리고 있는데, 관세음보살을 부르라고 하던
그사람이 우용택을 향하여 말 하였다.
"노형,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부르 십시오.그러면 필히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있을 것이니 어서 속히 부르십시오"
워낙 위기일발의 상황인지라 우용택 역시 '관세음보살,을
부르기 시작 하였다.
그래도 여전히 풍량은 심하게 몰아쳤다. 배는 곧 가라앉을 듯
더욱더 기우뚱기우뚱 하였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악,하고 절규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도
정신이 들면 모두들 그승객을 따라 더욱더 소리높여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이 때 기적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높은 곳에 앉아서 "관세음보살"
을 선창하고 있던 그 승객이 벌떡 일어 나더니 우용택을 향해 하늘을
가리켰다 '저것 보시오." 우용택이 그의 손짓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니 오색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비치면서 그 속에서 하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선명하게 현신한 것이었다.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은'이젠 살았구나'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순간에
또다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배를 때려 돛대를 부러 뜨렸다.
모두들 또 한번 '악'하고 절규의 소리를 질렀다 '아'이젠 정말 죽었구나.
관세음보살의 신통력도 별수 없구나.' 우용택도 이렇게 생각 하면서
너도 나도 살 궁리를 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돛대가 부러진 뒤로는
그렇게 거세던 풍량도 점점 약해지고 빗줄기도 가늘어지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해가 나고 바다는 거의 평소처럼 정상이 되었다.
배는 폭풍을 만나 몇군데 부서진 곳이 있었으나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었고
여러 사람들이 물을 퍼내고 힘을 합하여 무사히 인천항에 도착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