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욕자극

한국의 신인 북창 정렴 선생님 이야기

법천선생 2024. 9. 23. 19:55

 

내가 참판 성수익이 지은 [삼현주옥]을 살펴보니,

북창 정렴 선생은 세상사 물욕을 벗어난 신인이었다.

 

유가·도가·불가 및 기예와 잡술 등 모든 것을

배우지 않고도 능통했다.

일찍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통하는 석가의 법에

대해 문호를 터득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더니,

산에 들어가 정관한 지 3,4일 만에 문득 환히 돈오하였다.

 

산 아래 백 리 밖의 일도 능히 알아냈는데, 부절을

합한 것처럼 꼭 들어맞아 백의 하나도 어긋남이 없었다.

정렴은 부친을 따라 중국에 가서 유구국 사신을

만났는데, 그 또한 이인이었다.

 

유구국 사신은 자기 나라에 있을 때 [주역]의 이치를

추산해, 중원에 들어가면 진인을 만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지나는 길마다 묻고 살펴보면서 북경에 이르렀다.

 

여러 나라 사신들의 관사를 두루 방문했으나

어디에서도 진인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북창을 한번 만나 보고는 깜짝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자신도 모르게 내려서서 절을 올리고 전대를 열어 작은 책자

하나를 꺼냈는데, 거기에는 실제로 '모년 모월 모일에 중국에

들어가 진인을 만난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북창에게 그것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른바 진인이 공이 아니라면 누구겠습니까?"

그 사람이 역학에 정통했으므로 북창은 크게 기뻐하며

사흘 밤낮을 함께 거처하면서 [주역]에 대해 논했다.

 

북창이 유구국 말에 능통해서 통역하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대개 배우지 않고도 능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렴은 늘 한 방에 거처하면서 단약을 만드는데 공력을

들이고 있었다. 한 손님이 찾아왔는데, 한미한 선비로

바야흐로 한참 추운 겨울이어서 매서운 추위를 견뎌

내지 못했다.

 

북창은 자리 곁에 있는 차가운 쇳조각을 집어 자기 겨드랑이에

끼워 따뜻하게 하더니 잠시 뒤 꺼내 손님에게 주었는데, 마치

화로불처럼 따뜻해 땀이 흘러 온몸을 적셨다.

또 어떤 사람이 고질병을 앓아 여러 달 침과 약을 썼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북창이 자리 위에 있는 한 움큼의 관초를 손으로 비비고

입으로 불어 따뜻하게 한 뒤 그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하니

병이 곧 나았다. 불행히도 일찍 죽어 향년이 44세였다.

<어우야담, 유몽인>

[출처] #66. 북창 정렴 -2-|작성자 고립

정북창의 벗 하나가 병이 중하였는데도

좋은 약도 효험이 없었다.

그의 늙은 아버지가 북창에게 신이한 재주가

있음을 알고 와서 물었으나, 수명이 이미

다했는지라 구할 방도가 없었다.

 

그 부친이 울며 애걸하기를,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있으면 알고자 하였다.

북창이 그 정리를 가엽게 여겨 말했다.​

"그러면 부득불 제 나이를 덜어서, 어르신의

아드님께 십 년의 수명을 더해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어서 말했다.​

"어르신께서 내일 밤 삼경 후에 홀로 걸어서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시면 홍의, 흑의 두 스님이

마주 앉아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어르신 아드님의 수명을 애걸하시되,

비록 화를 내며 쫓아내더라도 절대로 물러가지

마십시오.

 

비록 지팡이로 쫓아내더라도 가지 마시고, 힘써

성의를 쌓으면 알 수 있는 길이 절로 생길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 말대로 그날 밤이 되자 홀로 달빛에

의지해 남산에 오르니 과연 두 승려가 있었다.

 

그리하여 앞에서 울며 수명을 빌었더니 두 승려가

놀라며 말했다.

"지나가는 산승이 어찌 그대 아들의 명한의 길이를

알겠소? 속히 물러가시오."

그 사람이 듣고도 못들은 양 한결같이 애걸하니

스님이 노해서 말했다.

"이 사람이 미친 사람이군."

지팡이를 들어 그를 때리니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으나,

여전히 애걸하기를 한참동안 하였다.

붉은 옷의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이는 필시 정렴이 가르쳐준 것일 겁니다. 이 아이가

한 짓이 괘씸하니, 마땅히 그 수명에서 십 년을 감하여

이 사람의 수명에 더해주는 것도 무방할 것입니다."

검은 옷의 스님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럽시다."

두 승려가 비로소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해볼까요?"

흑의승이 소매에서 책자를 내어 주의승에게 주니,

주의승은 달빛 아래 붓을 들어 마치 글자를 쓰는 양하더니 말했다.

"그대 아들은 지금부터 십 년간 수명이 연장될 것이오.

이제 돌아가도 좋은데, 정렴에게 천기를 누설하지 말라고 하시오."

이윽고 홀연 보이지 않았다.

아마 주의승은 남두성이고 흑의승은 북두성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집에 돌아가자 아들은 병이 나았는데,

십 년 뒤에는 곧 죽었다.

 

북창은 나이 겨우 삼십여 세에 죽었으니, 그 말과 같았다.

<계서야담, 이희준>

[출처] #81. 북창 정렴 -4-|작성자 고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