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욕자극

수행자를 절대로 무시하지 말자!

법천선생 2025. 2. 11. 05:46

 

지금부터 팔십여 년 전 겨울, 지리산 천은사

삼일암 선원에서 통도사의 오성월스님을

모셔놓고 전국에서 선객 오십여 명이 모여

한철 정진을 하고 있었다.

 

당시 천은사에는 칩십여 세 먹은 호은(湖隱)

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일찍이 출가하였으나 염불당이나 기도처만

돌아다니며 사판승으로만 있었기 때문에

그 방면에는 아는 것이 많았으나, 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으며 대처승이었다.

호은스님은 결제 전날, 입승스님에게 와서

입방을 부탁하였다.

“소승도 큰절에서 오르내리면서 다른

스님네와 같이 공부할수 있겠습니까?”

입승스님이 호통을 치며 거절하였다.

“한 철 양식을 미리 내어도 방을 받을 수

없는데 어림도 없소.

그 따위 말은 하지도 마시오.”

호은스님은 뜻을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으면서 사정사정하였다.

 

그러자 그 사실을 아신 성월 조실스님이

허락하였다.

“우리 대중이 공부하는데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받아주어야 한다.

그 노장님의 뜻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느니라.”

입승스님이 조실스님의 뜻을 알고

호은스님에게 말했다.

“이왕이면 아주 올라와서 공부하시는

것이 좋이 않겠소.”

그런데 호은스님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돈 빌려준 문서와 쌀 빌려준 문서를

지켜야 하고, 더구나 우리 마누라 궁둥이는

떠날 수 없어서….”

그 당시 최혜암스님 및 대중 모두는

조실스님을 모시고 한철공부를 잘 성취

하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듣고 나니

모두 신심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조실스님의 명령이라 대중의

불평도 어쩔 수 없었다.

 

결제가 시작되고 호은스님은 큰절에서

오르내리면서 참선을 하였는데 본인은

시간을 잘 지키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으나

가끔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적도 있었다.

 

어떤 날은 한낮에 오기도 하였고,

어떤 때에는 추운 새벽에 수염에다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달고 오기도 하였다.

 

그는 대중들이 모여 앉아 공부 이야기를

할 때에도 깜깜절벽 이어서 이래저래 수군거렸다.

“원숭이가 참선하는 흉내만 내고도

천상락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런 자도

무슨 인연이 있을까?”

반 살림이 끝난 어느 날, 조실스님이

법문을 마치고 법상에 내려오셔서

차를 마시고 계셨다.

 

그때 최혜암스님이 육년 전 혜월스님

회상에서 들은 법문이 생각나 성월조실님께

여쭈어 보았다.

그 내용은 이랬다.
“어떤 수좌가 혜월스님에게 묻기를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도리는

어떤 도리입니까?” 했더니 혜월스님은

그 수좌를 보고 “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느냐”

고 말했는데 혜암스님이 성월스님에게

물은 것은 “혜월스님이 그 젊은 수좌에게

대답하신 말씀이 잘한 것입니까”라는 물음이었다.

듣고 있던 성월스님은 혜월스님에게 방망이를

내리는 뜻으로 “그 늙은이가 그래 가지고

어떻게 학인들 눈을 뜨게 하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혜암스님이 “그럼 조실스님 같으시면

그때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조실스님은 “그 젊은 수좌가 혜월스님에게

묻듯이 그대가 내게 물어보게”하셨다.

혜암스님은 가사 장삼을 수하고 큰 절을 세 번

드린 뒤에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데 그것이

무슨 도리입니까”하고 물었다.

 

조실스님은 “그대가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니

그 찾는 소는 그만두고 타고 있는 소나 이리

데리고 오너라”하셨다.
 
혜암스님은 그만 말이 막혀 어리둥절하여 앉아

있었고, 여러 스님들도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그순간 참선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

늦게 공부를 시작한 호은스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덩실덩실 추며 큰소리로 말하였다.

“대중 스님들은 몰라도 나 혼자만은 알았습니다.

타고 있는 소를 잡아 대령하였으니 눈이 있거든

똑바로 보시오.”

그때 대중들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어지럼병이 지랄병이 된다더니 저 노장님이

이제 미치기까지 하는구나.”

그러나 조실스님은 그러지들 말라 하시고

호은스님을 조실 방으로 불러 불조의 공안에

대하여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그러나 하나도 막힘없이 모두 대답하여

조실스님은 호은스님에게 인가를 하였다.

 

조실스님이 대중들에게 법사을 차리게 하고

호은스님을 높이 앉게 한 후 대중에게 삼배케

하니 호은스님은 툭터진 목소리로 법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한 소리를 읊었다.

홀문기우멱우성(忽聞騎牛覓牛聲)

돈각즉시자가옹(頓覺卽時自家翁)
비거비래법성신(非去非來法性身)

부증불감반야봉(不增不減般若峰)

홀연히 소 타고 소 찾는다는 말을 듣고

즉시 자기의 주인공인줄 깨달았네.
오고 감이 없는 것이 법성신이고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이 반야봉이라.

호은스님의 오도송이었다. 이 소리를

들은 당시 젊은 최혜암스님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사흘 동안 먹은 밥이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고 한다,

 

또한 그때 대중 가운데에 박추월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이것을 듣고

돌아앉아 꼬박 십육일 동안을 단식하며

지독하게 정진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화두 통명은 못하고, 아래윗니가

모두 솟고 내려앉아 거의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혜암스님은 거의 백리 길을 다니면서

약을 구해 겨우 박추월스님을 살렸다고 하였다.

 

당시 공부 잘한다고 뽐내던 수십 명

선객들이 비웃고 업신여기던 그 호은스님이

그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호은스님은 조실스님 앞에서 큰 소리로

흐느껴 울었다.

“조실스님께서 나를 붙들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영겁의 무명속에서

헤맬 뻔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혜암스님이 직접 보았던 것이다.

그 뒤 호은스님은 강원에서 불경공부하던

몇 명의 제자들을 모두 불러내 선원으로

보내 참선 공부하게 하고, 떨어지기 싫어하던

마누라도 한 살림을 차려 따로 살게 마련해 주더니,

 

해제하기도 전에 큰 사찰인 금강산

석왕사의 조실스님이 되었던 것이다.

(불교영험설화)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 원문보기 글쓴이: 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