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욕자극

화투 비광 속의 실제 인물

법천선생 2025. 2. 28. 18:50

화투 비광에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저 사람은 일본 서예의 창시자라

불리는 오노도후(894-964) 라고 한다.

 

그가 젊었을 때 일이다.

서예 공부를 아무리 해도

진도가 안 나가고 발전이 없자

공연히 짜증이 났다.


"에라, 모르겠다. 이젠 더 못하겠다. 

집어 치워야지. 내가 글을 잘 써서 뭐하나?"


화가 난 오노도후는 서예를 그만 두려고

마음 먹고 일어나서 밖으로 바람이나

쐬러 나갔다.


그때가 장마철이라 밖에는 비가 뿌려댔다.
오노도후는 비참한 심정이었다.


우산을 들고 한참 걸어가는데 빗물이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빗물이 불어나서 흙탕물로 변한 개울에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개울 옆에는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개구리는 그 버드나무에 기어 오르려고

안간 힘을 다했지만 비에 젖은 버드나무는

미끄러워서 헛탕만 쳤다.


'저 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몇 번 바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흙탕물에

쓸려 가겠지.' 오노도후는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다.


개구리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계속 미끄러지다가...결국에는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 올랐다.


그걸 지켜 본 오노도후는 크게 깨달았다.
'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나무에

기어 오르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를 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참 부끄럽다!'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화투가 끝나는 마지막 장에 오노도후의

재기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넣은 것은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며, 절망의 순간이야말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임을 암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