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개념/명상법칙정리
수행자의 집중을 방해하는 두 종류의 마구니
법천선생
2025. 12. 11. 19:10

수행자의 길에는 늘 두 종류의 마구니가
따라붙는다.
하나는 기도를 적게 하도록 속삭이는
마구니요,
다른 하나는 아예 기도 자체를 못 하게
만드는 마구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도를 못 하게 하는
마귀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수행자를 진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기도를 ‘조금은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머물게 하는 마귀이다.
왜 그런가.
기도를 완전히 하지 않으면 적어도
스스로 알고 경계하지만,
조금씩, 드리는 듯 마시는 듯,
겉모양만 갖춘 기도를 꾸준히 하다 보면
그 기도가 어느새 양심을 달래는 자위물
(自慰物)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마치 운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운동복만
입고 “그래도 준비는 하고 있다”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과 같다.
또는 시험 공부를 한 시간도 하지 않았으면서
책상에 앉아 형광펜 하나만 그어놓고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만족하는
태도와도 같다.
이러한 자기 위안은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은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 빈 껍데기를 붙잡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행위야말로 수행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가장 치명적인 허위이다.
기도를 적게 하도록 만드는 마구니가
무서운 이유는 수행자의 영혼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세하게 정진의
불씨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결국 수행자는 자신이 기도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실제로는 기도의 심장도,
방향도, 뜨거움도 잃어버린 채
오랜 시간 허위의 삶을 연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