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열 명이 무릎을 꿇었다

남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마을.
남해의 심청 마을에는 혼자 사는
박 씨 할머니가 있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적막한 집을
지키며 살던 어느 날, 옆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딸이 멀리서 급히
찾아왔고,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선물 하나를 건넸다.
“이거, 몸보신 하세요.”
남편이 잡은 뱀장어 열 마리였다.
할머니는 그것들을 물 항아리에 넣어두었다.
“나중에 먹어야지…”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는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꿈속에 노란 옷을 입고
뾰족한 모자를 쓴 열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울부짖듯 말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할머니는 숨이 턱 막힌 채 깨어났다.
“이게… 무슨 꿈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꿈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결국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는 한참을 점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집 안 어딘가에서 살고 싶은 생명들이
죽지 않으려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할머니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기억 하나. “…설마…”
급히 집으로 돌아와 항아리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살이 오른 큰 뱀장어들이
꿈속 사람들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나, 둘, 셋…정확히 열 마리.
할머니의 손이 떨렸다.
그 길로 강가로 달려간 할머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염불을 외우며 하나씩, 하나씩
물속으로 풀어주었다.
장어들은 살아난 듯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말했다.
“살린 생명은… 반드시 돌아온다.”
보답을 바라지 않아도, 선한 인연은
언젠가 반드시 이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