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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생명의 시-미친 금붕어   이어령

by 법천선생 2013. 12. 19.

 



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미쳤으면 합니다.

날치처럼 어항에서 튀어나와 일제히

양자강 넓은 하류에 흐르는 강물로

노자가 말한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로

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지느러미를 세우고

하늘을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미쳤으면 합니다.

옛날 낚시 바늘에 걸려 팔딱거리던

붕어였으면 합니다.

그물을 찢고 강으로 되돌아가는 힘센 붕어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금붕어에 밥을 주다가 이 녀석들이 이빨로

내 손가락을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큰 눈이 하늘을 향해 있는 것을 보면

어느 날 몰래 어항을 깨고 용처럼 승천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저는 어머니

모른 척하고 문을 열 것입니다.

넌 빨래를 거두라고 아내에게 이를 것입니다.

금붕어들의 자유로운 비상을 위하여

나의 비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