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鏡峰) 선사는-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한 십 년쯤 됐나요?
-‘야반 삼경에 문빗장을 만져 보거라’라는
말씀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으로,
통도사에서 방장을 했던 분입니다.
경봉 선사는 젊어서 한 때, 스스로가
깨달았다고 생각해서
천하의 선지식을 탐방했어요.
이 분은 키가 훤칠하게 컸고,
얼굴도 잘 생기셨어요.
그리고 아주 박학다식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상당히 유명했습니다.
깨달았다고 하면서 큰 소리 치고
선문답하고 다니니까
웬만한 사람들은 꼼짝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전강(田岡) 스님을 만나
야단을 맞게 됩니다.
몇 번 점검해 보니까 가짜거든요.
마지막 통일의식에서
그걸 깨달음으로 알고 마구 할(喝)을 하고,
선문답하고,
시쳇말로 난리를 친 거였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잡아 줄 깨달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전강 스님을 만나 대중 앞에서 망신을 당합니다.
전강 스님이, “이 여우같은 놈아, 어디 정법(正法)을 망치고
함부로 다니면서 떠드느냐?”하고 아주 호되게 야단을 칩니다.
당시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소문이 다 퍼집니다. 망신이지요.
스님들이 전국에 20,000명 정도 되는데, 얼굴을 들고 다니질 못 해요.
그러니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 너무나도 분했겠지요.
이러니깐 두문불출하고 수행을 한 겁니다.
그 후 용맹정진해서 간신히 깨달음을 얻고 인가(認可)를 받게 됩니다.
전강 스님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키 크고, 잘 생기고,
말 잘하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이 와서는, 깨달았다고 난리치면서
소리도 지르고 방망이로 때립니다.
그리고 몇 마디 물어 보고 안 되면 상도 집어던지고 한 대 때리면
다시 뺏어서 두 대 때립니다.
웬만한 스님들은 이 난리에 아주 혼이 났지요. 대기대용(大器大用)에
빠져서 그것을 깨달음으로 알고 그랬으니 이걸 누가 잡습니까?
그런데 전강 스님은 대쪽 같은 분이시라 이런 선사들도 마구 야단치셨어요.
이런 분한테 걸렸으니 여지없이 혼난 거지요.
지금도 스님들 중에는 깨닫지 못했는데도 선을 얘기하고 가르침을
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아무도 그 얘기를 못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관념을 갖고 살아가는데,
섣불리 건드려 봐야 벌통 건드리는 것과 똑같으니까요. 책임질 수도 없고요.
그러니 전강 스님이야말로 자비를 베푼 겁니다.
그 당시 젊은 스님들 중에서 경봉 스님은 떠오르는 별이었어요.
전강 스님이 없었으면, 이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그냥 업만 짓다가
평생을 헛되이 살았을 겁니다.
법에 대해서 잘못 얘기하면 그 카르마는 무섭습니다.
신들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법칙이 그렇습니다.
그 후 통도사에서 선을 지도하시며 평생을 보임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통도사에 가면,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탑들이 많은데 이 분의
사리탑이 거기 있어요.
비문을 보면, 깨닫고 난 후에 보조국사의 수심결(修心訣),
진심직설(眞心直說),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決社文),
이 책들을 갖고 보임을 했다고 합니다.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얘기하는 겁니다. 요즘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다 돈오돈수(頓悟頓修)지요.
그 분의 어록을 잠깐 살펴보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것을 강의하는 것은, 깨달음과 깨달음이 아닌 것을 분별하면서
비교적인 관점을 갖고, 깨달음의 가치, 그리고 보임과
수행의 자세를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설법을 하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정법안장의 진리는
마음의 행할 곳이 멸하고[心行處滅] 말길이 끊어져서[言語道斷]
일체의 이름과 형상이 없다.
이러한 현현하고도 묘한 이치를 입으로 아무리 말을 많이
하더라도 말뿐이요, 글로써 태산 같이 수없이 쓰더라도 다만 글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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