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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겸손과 하심의 청화 스님 이야기

by 법천선생 2025. 4. 24.

때는 1980년대 여름 어느 날.

전라남도 곡성에 있는 태안사에 젊은

손님 한사람 찾아들었다.

 

어떤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였는데

그 절에 주석하는 큰스님을 인터뷰하러

온 것이었다.

 

그가 절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마침 해제기간이라 절 마당은 고요한

침묵만 가득할 뿐 스님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젊은 객은 사람을 찾으려고 뒤뜰로 갔다.

어떤 노스님이 연탄불을 갈고 있었다.

 

객은 인기척을 내고 찾아온 사연을 말했다.

노스님은 아무 말 없이 젊은이를 객실로

안내하고 후원에 일러 공양을 차리게 했다.

 

젊은 객은 공양을 마치고 밥상을 물리며

공양주보살에게 ‘큰스님은 어디계시냐?’

고 물었다.

 

공양주는 ‘아까 뵌 그분이 바로 큰스님’

이라고 했다.

 

젊은 객은 심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득했다.

 

객은 공양주보살의 안내를 받아 큰스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명함을 내민 뒤 인사를 하니 노스님은

맞절로 손님을 맞았다. 

 

객은 인사가 끝내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노스님도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할 수 없이 젊은 객이 평좌를 하자 그때야

스님도 평좌를 했다.

 

그리고는 맑은 차 한 잔을 내놓으면서

젊은 객의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응답을 해주었다.

 

절문을 나서면서 젊은 객은 어느 큰스님을

찾아뵐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노스님의 겸손과 하심은 어떤 설법보다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객은 마치 좋은 향기를 쐰 것처럼

온몸에서는 은은한 향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는 문득 <법구경> 화향품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연꽃도 전단나무 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덕 있는 사람이 풍기는 덕향은 

바람을 거슬러 어디서든 들려온다.

 

노스님의 향기가 그랬다. 시간이 가도,

바람이 불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젊은이의 가슴에 오랫동안 바람을 거스르는

향기를 남겨준 분은  ‘청화(淸華)스님’이다.

출처 : http://cafe.daum.net/amtb/ZEB/15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