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였다.
의사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레 내게 말했다.
“폐암입니다. 그것도… 3기입니다.”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사의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 수 있습니다.”
그 한 문장이 내 세계를 산산이 부수어 버렸다.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3~4일 동안은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텅 빈 방 안에서 멘붕처럼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문득 가슴 속에서 한 마디가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억울함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이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또 한 구절이 스쳐갔다.
운명을 거역하면 끌려가고, 순응하면 업혀간다.
그 말을 떠올리자, 차오르던 욕심과 집착이
서서히 물속의 잔물결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쓰고 정리했던 ‘염불 감응록’들,
죽음의 문턱에서 절절히 부처님을 찾으며
스스로 기적을 체험한 이들의 이야기들이
그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는 마치 마지막 숨을 걸어놓는 심정으로
염불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죽으려는 사람은 살고, 살려는 사람은 죽는다는
말처럼 온 마음을 다해 염불에 몰두하자
꿈속에서조차 나는 늘 하늘을 가볍게 날아다녔다.
화려한 저택의 계단을 오르거나, 찬란한 옷을
입고 부처님 앞에 예배를 드리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음은 한없이 편안하고 따뜻했다.
‘어차피 누구나 한 번은 가는 길…
그렇다면 끌려가기보다 업혀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이 바뀌자
죽음에 대한 억울함은 눈녹듯 사라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다시 밥맛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놀랍게도, 세상 끝처럼 들리던 그 진단은
의사의 약간의 오진으로 밝혀졌다.
나는 폐암 3기가 아니라 1기였다.
곧 수술을 받았고, 항암치료 없이
지금까지 3년을 무탈하게 살아오고 있다.
세상은 순식간에 절망을 가져오기도 하고,
또 순식간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순간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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