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경상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설날 아침이었다.
강송인이라는 사람은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안 어른들과 이웃 어른들께 세배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문밖을 나서는 순간,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앞에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존재들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키는 장정 몇 사람을 합쳐 놓은 듯
컸고, 몸은 근육질이었다.
얼굴은 흉측했고 눈빛은 살기마저
서려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대로 주저앉았겠지만,
평소 염불과 선행을 꾸준히 해오던
강송인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
그는 귀신들을 향해 담담히 물었다.
“너희는 누구이며,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
그러자 가장 크고 흉악하게 생긴
귀신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역귀(疫鬼)다.
사람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이지.
설날을 맞아 이 마을에 역병을 퍼뜨리러 왔다.”
그 말을 들은 강송인은 가장 먼저 가족 걱
정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집안에도 병에 걸릴
사람이 있소?”
그러자 역귀의 대장이 뜻밖의 대답을 했다.
“없다.”
강송인은 의아했다.
온 마을에 병을 퍼뜨리러 왔다는 존재들이
어째서 자기 집안만은 무사하다고 하는 걸까.
그는 다시 물었다.
“어째서 우리 집안은 괜찮다는 것이오?”
잠시 침묵하던 역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집안은 조상 3대에 걸쳐 꾸준히
염불을 해왔고, 덕을 쌓으며 많은 선행을
베풀어 왔다.
그 기운이 집안을 감싸고 있어 우리는
그 집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해, 마을에는 실제로 큰 역병이 돌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쓰러졌지만,
매일 염불을 하고 선행을 베풀며 살아가던
강송인과 그의 가족들은 끝내 아무 탈 없이
무사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두고 말한다.
“쌓은 덕은 결국 재앙도 막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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