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살다가, 관계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실 우리의 성적 충동이나 공격성 같은 본능적 욕망과 충동들도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필요로 한다. 즉 우리는 관계 지향적인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그렇기에 ‘페어베인’이라는 영국의 분석가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대상 추구(Object Seeking)이라 보았다. 이 대상 추구에서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았을 때 공격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돌봄 없이는 생존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태어난다. 태생적으로 자기(Self)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상(Object)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운명으로 태어난 인간,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생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소외당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타인의 사랑에 대한 필요성과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 되게 한다. 사실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모두를 떨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두려움이 클 경우 다른 사람의 반응에 민감해져서 다른 사람의 사소한 반응에도 일희일비하게 된다. 즉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목숨 걸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인간관계는 직장으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해진다.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사회, 1+1이 반드시 2가 되지만은 않는 세상,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한 배를 탄 동료로서, 선후배로서 함께 일하지만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며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기도 하는 애매모호한 관계, 자기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들어오고 나감이 가능한 조직……. 직장 내 인간관계는 신뢰와 신의 그리고 이익 추구와 자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복잡한 관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 자체보다는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나라면 절대로 안 그럴 텐데.” 상담 중 흔히들 하는 말이다. 앞에서는 친한 척하다가 뒤통수치는 동료, 죽어라고 노력한 성과를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보고하는 상사, 승진을 위해서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아부하는 동료를 보며 직장에 대한 정이 떨어지고 회의가 들며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대인 관계에 에너지를 쏟느라 긴장하고 피로하여 정작 일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특히 직장 내에서 가족 관계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본다. 그들은 자신의 일의 성과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느냐가 더 관심의 대상이 된다. 혹은 과거 자신의 대상관계에서의 갈등을 직장 내 선후배 관계나 동료들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이 많은 사람인 경우, 직장 상사의 명령에 지나치게 반발하고 화를 내거나, 아니면 수동-공격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 의존성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 자신을 인정하고 감싸 주는 상사를 만났을 때는 신이 나서 일을 하다가도, 상사가 엄격하거나 가혹한 측면이 있을 경우 좌절감과 분노 때문에 우울해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현재를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다행히 과거의 경험이 긍정적이고 지지적일 경우 그 사람은 현재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 파괴적이고 부정적일 경우 그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일종의 전이(Transference)라 한다. 그래서 한 직장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가진 사람은 다른 직장에 가서도 비슷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내 내부에 있는 것이다.
물론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거나 싫어할 수밖에 없는 동료나 상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직장에 들어온 이유는 내 능력을 발휘해서 일을 하고 보수를 받기 위해서지 모든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아니다. 물론 서로 마음이 맞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동료나 상사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나 어느 직장 내에서도 내가 싫어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가까워지기 힘들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업무상의 관계로 한정 지으면 된다. 만일 상사가 객관적인 척도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도의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임원으로 뽑고 있는 회사의 구조를 잘 살펴보는 게 좋다. 그래서 회사의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과연 그런 조직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 게 합리적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모든 직장은 일과 인간관계라는 두 가지 큰 숙제를 우리에게 안긴다. 그리고 그 인간관계는 협동과 경쟁, 신뢰와 이익 추구, 신의와 자기 보호라는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을 항상 내포한다. 그러니 이런 직장에서 원만한 대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직장 내의 인간관계가 갖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 좌절을 견딜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개인적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분리할 줄 아는 능력 등을 요구한다.
모든 관계는 한계를 가진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이해하거나 통제하기 힘든데 두 사람 이상이 부딪치는 사회생활에서 우리의 이상대로 관계가 흘러가진 않는다. 이 한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보호하며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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