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입력 2013.01.09 19:30
[한겨레]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펼쳐드니, 충남의 교육청에서 어떤 장학사가 전문직(장학사) 시험을 응시하려는 교사로부터 3문항에 3000만원을 받고 사전에 시험 문제를 유출하여 구속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각종 부조리와 부끄러운 일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교육계에서 매번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 이면에는 현행 초·중등 교원 승진 체계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교사가 근무평정에서 도서벽지 근무 등 각종 가산점을 취득하여 교감으로 승진한 뒤 교장이 되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교사가 전문직 시험에 합격해 장학사로 일정기간 근무한 뒤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는 방법이다.
이 두가지는 '교사-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교육구조에서 교사가 승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문제는 이 두가지 모두 학생들을 충실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교사가 전문직 시험을 치르지 않고 교감이 되려면 200점 만점 가운데 100점에 해당하는 근무평정 점수를 학교장으로부터 만점에 가깝게 얻어야 하며, 나머지 가산점도 각종 연구대회를 비롯해 벽지 근무점수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야만 겨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직 시험은 교과별로 다르겠지만, 1~2명 선발의 관문을 뚫으려면 수업과 학생 지도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최소 5년 이상을 밤낮으로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만 한다.
교사란 무엇인가? 맹자는 '군자의 삼락 가운데 하나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는 언젠가부터 혼과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무명용사와 같은 교사 대신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교장에 오르는 사람이 존경받고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한 공간에서 슬픔과 기쁨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진정한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교감이나 교장은, 엄밀히 말해 수업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관리·감독만 하는 행정가일 뿐 선생님은 아니다. 교장이 선생님이란 호칭을 회복하려면 단 몇 시간만이라도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아픔을 이해하고 나누어야만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한번 교장에 임명되면 수업은 전혀 하지 않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철밥통의 출세 수단이 아니라, 수업을 담당해야 하고 일정 기간 근무한 교사는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도록 대학처럼 보직제로 운영해야만 한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다. 교직계의 각종 부조리를 척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현재 중임 8년인 교장직을 4년 보직제로 바꾸어 교장이 학교에서 '군림'하는 대신 '봉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장 대신 수석교사를 우대하고 그가 존경받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풍토가 조성된다면 교사들이 지금처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힘들게 교장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교육 개혁은 교장의 역할 변화에 있다.
남정권 인천시 서구 오류동·교육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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