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년 퇴임한 뒤 소설가로 변신한
K교수와 저녁을 함께했다.
그는 한 달에 보름은 남쪽 섬에서 생활한다.
최근에 불교 관련 장편 역사소설을 써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분이다.
워낙 재담이 좋아 얘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소설을 쓴 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헤어질 무렵, 그가 몇 마디 툭 던졌다.
"이번에 '호'를 하나 지었어요.
'일수거사'(一水去士)라고…. 거~ 뭐,
'한물 간 선비'란 뜻이죠."
일행은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니,
멋있는 호를 가져 풍치를 누릴 자격 충분하지….
그런데 남자 불도를 일컫는 '거사'(居士)를
살짝 비틀어 갖다붙인 재치가 빛난다.
웃자고 한 농담이겠으나,
그는 호에다 '한물 갔다고 우습게 여기지 말라'
는 뜻도 담았으리라.
[서울신문]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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