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 이야기는 영가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그것과
연결시켜 영가 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개시켜 보자.
죽어서 육체를 이탈한 영(靈)은 업을 좇아 헤매게 되고,
자기의 업과 인연이 있는 곳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비단 개구리가 화려한 옷을 입고 풍악을 울리며
놀고 있는 청춘 남녀로 보인 것이나, 또아리를 튼
뱀이 어여쁜 여인으로 보인 것도 한 예이다.
영혼은 자기가 태어나야 할 인연 처에 이르면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한 낙원처럼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묘한 점이다. 까마귀로 태어날 영혼에게는
까마귀 둥지가 대궐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게 되고,
그래서 그 대궐 같은 까마귀 둥지로 들어가
까마귀 새끼로 태어나고 만다.
스스로 지은 업의 에너지가 맞는 사이클을 찾아
파고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명업력(無明業力)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어둠이다.
이業의 장벽에 가려 까마귀 둥지를 까마귀 둥지로
보지 못하고 뱀의 몸을 뱀으로 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깜깜한 무명(無明)을 제거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살아생전에 스스로
닦아 익힌 수행의 힘이요, 다른 하나는 49재 등의
타력 적(他力的)인 천도 의식을 통한 구원이다.
살아생전에 불경을 공부하고 참선, 염불 등의
수행을 많이 한 사람은 죽은 후에도 미혹에 휩싸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아 스스로가
꼭 태어나야 할 곳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옛날, 공부한 것이라고는 <금강경> 사구게 한 구절밖에
없는 스님이 평생토록 욕심을 부리다가 죽었다.
그 스님의 영혼은 이곳저곳을 헤매 돌아다니다가
대궐보다 더 화려해 보이는 까마귀 둥지가 너무나
좋게 보여 그곳에 들어가서 머물고자 하였다.
그때 허공에서 우뢰와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무릇 모양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모양
있는 것이 모양 아닌 줄을 알면
곧바로 부처님을 보리라
"네가 평소에 이것 하나만을 부지런히 외웠거늘,
어찌 까마귀 둥지를 대궐보다 더 좋게 보고
들어가려 하느냐? 눈을 떠라. 눈을 떠라.
네가 그곳에 빠져들면 영원히 헤어나기 힘드니라."
그
소리를 듣고 스님은 까마귀 둥지를 벗어나
새롭게 발심하고 불법을 잘 닦을 수 있는
인연 처를 찾아 태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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