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반경>>
한 임금님이 아주 신임하는 신하에게
광주리 한 개를 주면서 명을 내렸다.
"이 광주리 속에는 각각 성질이 다른
네 마리의 뱀이 들어 있다.
이 뱀들을 한 광주리 안에서 키우되,
한 마리라도 성나게 하거나 죽게 해서는
네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왕의 명령을 받고 광주리를 들고 온
신하는 첫날부터 고민에 빠졌다.
네 마리의 뱀은 그 모양에서부터
색깔·습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각각이라서,
한 광주리 안게 넣고 키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마리 뱀의 성질은 더욱 각각이었다.
곧 견습난동(堅濕煖動)으로서,
딱딱한 것(堅 : 地)을 좋아하는 놈,
습기 차고 물렁한 것(濕 : 水)을 좋아하는 놈,
따뜻한 것(煖 : 火)을 좋아하는 놈,
요동치는 것(動 : 風)을 좋아하는 놈이
함께 모여 있었다.
신하는 자기를 신임하는 임금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정성껏
광주리 속의 뱀을 기르고자 하였다.
그러나 네 마리 뱀의 특성이 서로 달라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정성껏 돌보아주는 자기를
틈만 나면 죽이려 하였다.
날이 갈수록 뱀 키우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 깊어지자, 신하는 어느 날
높은 벼슬을 버리고 피안의 세계를
향해 미련을 버리고 길을 떠났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독사에 의해 죽음을
당하거나, 포악한 왕의 손에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부디 네 마리 뱀. 몸속에 깃들어 있는
지수화풍의 구성체, 이 몸을 지키는
생존의 노예만이 되지 않도록 하자.
그냥 감로수를 담고 있는 감로병 역할만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을 돌보자.
그냥 욕심이 불같이 생기면 마음을 비우자.
이렇게 몸을 적당히 돌보고 마음을 비우면
삼악도는 내 주위에서 얼씬도 할 수 없다.
또한 도심(道心)은 저절로 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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