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왕벚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동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쥐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정호승·시인,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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