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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개념

떡자루와 돈 자루 - 무엇이 중한 것인가 

by 법천선생 2020. 3. 20.


돈이 최고라고 믿는 부자 영감이 있었다.

그는 돈이 생기면 얼른 커다란 자루에 넣었고,

그렇게 한번 들어간 돈은 다시 나올 줄 몰랐다.


영감은 그 자루를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면서 애지중지하게 지켰다.


그 영감네 집에는 마음씨가 착하고 우직한

머슴이 하나 있었다.


영감이 일한 품삯 대신 옥수수떡을 주어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머슴은 먹다가 떨어진 떡 부스러기를 자루에

담아 모으기까지 했다.


영감이 돈을 자루에 모으듯 말이다.
그것을 본 영감이 머슴을 비웃었다.


"그까짓 옥수수 떡 부스러기가 뭐라고

자루에 담아? 동전 한 닢도 안되는 걸 가지고.."


하지만 머슴은 영감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떡자루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잘 때

배고 자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해 늦여름.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비가 많이 내리는지 하루만에 논과

밭은 물론이고 집까지 물에 잠겼다.


영감과 머슴은 물을 피해 허겁지겁 산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각각 돈 자루와 떡 자루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느 새 저녁이 되어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머슴은 떡 자루에서 떡을 한 움큼

집어먹었다. 그걸 본 영감이 입맛을 다셨다.

 
"너 혼자만 먹니? 나도 좀 줘."
"이까짓 걸 소중하게 여겨 머슴 노릇이나 하고

산다면서유?"
머슴의 말에 영감은 입을 다물었다.


이튿날이 되자, 머슴은 또 떡 자루에서 떡을 한줌

집어먹었다. 영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얘야, 조금만 다오."
그러자 머슴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 돈을 줄게."
영감은 돈 자루에서 동전 한 닢을 꺼냈다.

그러나 머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영감이 동전을 하나 더 꺼내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머슴을 노려보던 영감은 단단히

마음먹은 듯 돈 자루를 벌렸다.


"옛다. 다섯 닢이다. 이 정도면 떡 한 시루 값이야."
그래도 머슴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그날 밤,

영감은 배가 너무 고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뒤척거리던 영감은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아침 햇살이 내리 쬐기 시작했다.

언제 일어났는지 머슴은 냠냠거리며 떡 부스러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소리에 영감은 눈을 번쩍 떴다.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다.
"옛다. 백 냥이다. 이 정도면 논도 살 수 있어.

자, 떡 좀 다오."


영감은 머슴에게 돈을 던지며 떡 자루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머슴은 돈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제 천냥을 주었다. 그래도 머슴은 대꾸도 없이

잠자코 떡 부스러기만 먹었다.


이제 영감의 눈엔 떡으로 불룩해진 머슴의 볼만 보였다.

또 귀엔 '쩝쩝' 떡 부스러기를 씹는 소리만 들렸다.


영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돈 자루를 통째로

머슴에게 던졌다. 그제야 머슴은 씩 웃으며 떡 자루를

벌려 영감에게 내밀었다.


영감은 허겁지겁 떡 부스러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머슴이 속으로 말했다.


'굶어 죽은 귀신이 따로 없군. 떡 부스러기가 동전

한 닢보다 못하다고?

인제 이 떡 부스러기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아시겠지요.

영감 나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