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편지 – 2,248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
설 전 날에는 무엇을 했을까? 식구들이 둘려 앉아 만두를 빚던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제각각 솜씨로 만두를 빚어 두렁 반에 올려 놓으면 어머니는 만두마다 이름을 붙여 다음 날 세뱃돈을 주셨다. 울퉁불퉁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흰 떡과 함께 끓여 놓으면 속을 꽉 채워 만두 옆구리 터진 모양도 나오지만 따뜻한 떡만둣국 한 그릇에 가족의 마음이 오고 가기도 했다.
만두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손 큰 할머니 만두 빚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할머니는 설 전날에는 어김없이 만두를 빚는데 만두소도 엄청 많고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이 사립문을 지나 소나무를 지나 다시 집으로 오는 것 만큼 길었다. 숲속 동물들 모두 불러 만두를 빚는다. 호랑이는 호랑이 모양, 토끼는 토끼 모양, 모두 다양한 모양으로 만두 빚기에 열심이지만, 하루가 지나고 며칠이 지나도 만두소는 줄어들지 않아 동물들은 모두 지친다.
할머니는 남은 소를 전부 넣고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들어 맛나게 끓여 동물들과 나눠 먹고, 1년 내내 먹을 수 있도록 전부 나누어 주는 이야기다. 억지스러운 풍경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장면도 있는데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가 가장 크지 않을까 본다.
요즘은 바쁘다는 이유로 만드는 것보다 판매하는 만두를 사는 편이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설에는 5인 이상 모이면 안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어린 날 식구들이 둘려 앉아 만두를 빚던 시간이 그립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는 거라는 어머니의 두런두런 이야기도 그립다.
오늘, 만날 수 없는 가족의 웃음과 그리움을 가득 넣어 세상에서 가장 큰 만두를 만들어 봐야겠다.
- 『손 큰 할머니 만두 만들기』채인선, 재미마주2007
2021년 2월 11일(목)
독서로! 세계로! 미래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치매인식개선연구소 전경애
문해교사, 수필가, jka19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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