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했던 중학교 1, 2학년
시절 나는 어쩔 수 없이 친구 노트를 베껴야만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필기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도 시험 때만 되면 다시 노트를 베끼러
돌아다녔다.
내 책이나 내 노트를 보면 한숨밖에 안 나왔다.
온갖 지저분한 낙서와 선생님 말씀과 상관없는
내 생각들까지... 누가 보더라도 여학생의 교과서나
노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욕을 먹어도 크게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도
일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온갖 형태로 책이나 노트에
남겨진다. 나의 언어로 바뀌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것들은 주로 그림으로 표현된다. 가령 생물
시간에 세포에 대해 배운다고 치자. 선생님이 빵에
비유해 설명하면 나는 빵을 그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연상들이 이어지고 그 빵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했다.
효소 이름이 나열될 때는 만화 <디지몬>이
진화하는 과정처럼 스스로 스토리를 엮어 이런저런
그림들을 나열해놓기도 했고, 이런저런 그래프도
어디선가 찾아 빼곡히 그려 넣었다.
이렇게 꾸며진 내 책이나 노트는 시험을 앞두고
중요 개념을 정리할 때 매우 유용했다.
낙서 같은 그림을 보며 수업 내용을 되짚다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런 기억들은 시험
시간까지 연장된다.
‘어? 무슨 내용들이 있었지?’하고 기억을 더듬다
보면 다양한 그림을 따라 기억이 재현되는 식이다.
특히 과학이나 사회 과목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도표나 그림을 그려가면서 공부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포스트잇이나 형광펜, 색연필 등을 이용해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 그리고 시험 후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확인하고 다시 한 번 풀어
머릿속에 반드시 저장해두는 습관을 들인다.
출처 : [박주현의 공부법] 하버드 감동시킨 공부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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