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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감사훈련/대인관계론

손바닥 안의 바둑알 한 개의 재치

by 법천선생 2022. 4. 11.

송나라에 '가현'이라는 사람은 최고수의 바둑

실력자였다.

 

태종이 워낙 바둑두기를 좋아해 자주 그를 불러

대국을 벌였지만, 그는 언제나 석점을 접혀주고

두어도 매번 태종의 승리로 끝이 나자 태종은

어느 날 가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일부러 져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은 그대의 진짜 실력대로 두어 그대가 이기면

비단옷을 상으로 줄 것이지만 만일 그대가 지면

저 연못에 던져질 것이다."

 

가현은 바둑판 앞에 태종과 마주 앉았다.

태종의 바둑 실력도 대단한 고수였으므로 석점

접 바둑의 이로움을 최대한 이용해 공격을 거듭하여

바둑을 유리하게 끌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백을 쥔 가현도 태종의 포위망을 교묘한

작전으로 벗어나면서 여기저기에 작은 집을 지어갔다.

 

마침내 막상막하의 숨막힐 듯 한 바둑 한판이 끝났다.

계가를 한 결과는 놀랍게도 무승부였다.

 

이것도 분명히 가현의 작전이었던 것이다.

이때 태종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이 바둑은 석점

접바둑을 이기지 못했으니 그대가 진 것과 다름없다.

 

여봐라, 가현을 약속대로 저 연못에 던져라." 하고

부하에게 명령하였다.

 

그러자 가현은 빙그레 미소지으면서 "폐하, 소신은

지지 않았습니다."하면서 손바닥을 펴보이는데,

그 안에는 검은 바둑알 하나가 있었다.

 

가현은 끝가지 황제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했지만

그 마음이 의심을 받을 때에 최후로 손바닥을 열어

보이는 재치를 발휘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