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 때문에 힘이 들 때 마다
난 부처님께 달려갔었지.
내가 전생에 얼마나 업이 많으면
이렇게 힘든 시집살이를 하나하면서
울면서 부처님께 마냥 매달렸지.
그때 '백팔대참회문'을 얼마나 많이
했나 몰라.
수없이 절을 하면서 울고 또 울고...
절에서 문 닫을 시간이 되었으니
나가달라는 말을 할 때까지 절을
했었지.
그러다 어느 날 시어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면서 살랑 살랑 애교도
부려가면서 어머님께 여쭈어 보았었지.
어머님, 전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님께
잘못하는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절 힘들게 하시는 겁니까? 하고.
그런데 이렇게 대답을 하시는 거야."
"사실은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보이는 사람마다 밉고. 내 아들과
행복하게 사는 너를 보면 더 밉고.
내가 살아온 날이 억울해서 못살겠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야만
속이 후련하고 내 위상도 서는 것 같고
그렇다."
그래서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시어머님이 다섯남매를 낳은
청상과부셨거든.
역지사지라고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니
당신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기라.
시어머님이 너무 불쌍한 마음이 들었지.
그래서 그때부턴 내 마음을 바꾸기로 했어.
무조건 시어머님 말을 따르기로 했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틀린
말씀을 하셔도 내 입에선 늘 "예, 어머님
말씀이 옳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였어.
보다 못한 남편이 어머님을 나무라면
"여자들일에 남자가 나서는게 아녜요.
이건 내 문제니까 당신은 나서지 마세요"
했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맞춥니까?
서로 반반 양보해야 되는 것 아녜요?"
"천만에, 어떻게 노인양반이 젊은
사람에게 맞추길 바래?
그건 어려운 일이야. 육십 칠십 평생을
고착된 사고와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꾸어질 수 있겠어?
젊은 사람이 무조건 맞추다보면
다 해결이 되게 되어 있어.
노인네 모시는 게 무어가 어려워?
그저 노인양반들은 삼시 세때 맛있는
음식 해드리고, 좋은 옷 해드리고
용돈 후하게 드리면서 무조건 비위
맞추어 드리면 되는거야.
온갖 음식 해드리면서 시어머님이
부르고 싶은 일가 친척 친구분들을
집에 오시게 해서 극진히 대접해 드렸지.
매일 시장 가서 한 보따리씩,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었어.
여름에 더워서 땀띠가 많이 나서
고생도 많이 했지.
우리집엔 늘 손님이 들끓었지.
남편하고 같이 앉아 텔레비젼 보다가도
어머님이 나오시면 얼른 일어나서
아들 옆에 앉히시고 나는 부엌으로
달려가 어머님 좋아하시는 간식을
만들어 대령했지.
어떻게든 어머님의 맺힌 마음을
풀어드리려고 노력했지."
"아휴~ 대단 대단~"
"그랬더니 나중에는 어머님도 나를
인정하시는거라.
시누이들 보고 '너희들은 네 올케
언니 발뒤꿈치도 못따라간다.'
그 소리를 듣고 난 드디어 감사했단다.
돌아가실 때는 내 손 잡고 '고맙다'
하시며 눈을 감으셨지."
난 어머님 돌아가셔도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
왜냐구? 난 최선을 다해서 당신께
해드렸으니 후회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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