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혼을 바친 회사가 부도났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1998년 1월은 잔인했다. 외환위기의
태풍이 직장을 부도로 몰아넣었다.
쌓아온 공적들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상장기업이 졸지에 부실기업이 됐다.
전쟁터의 패장은 말이 없다. 부도난
기업의 임원은 할 말이 없다.
매일 술로 고통을 달랬다. 어느 날,
만취상태로 귀가한 내게 아내가 슬며시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경매처분 절차 통지서’. 기절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것에 문제가 발생했다.
부도난 회사는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
회사에 이어 가정까지 무너질 위기였다.
“오, 하나님. 이건 너무 잔인합니다.
제가 비교적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침대에 엎드려 꺼이꺼이 울었다.
마치 인생이 온통 경매처분을 당한 기분이었다.
사면초가였다.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내가 개발하고 생산·판매한 현금자동입출금기
(ATM)에 대한 책임이 남아 있다.
만약 신속한 애프터서비스가 되지 않으면
은행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몇 개월째 급여와 교통비를 지급받지 못한
직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100여명의 직원들을 모아놓고 선언했다.
“자동화기기는 애프터서비스가 생명이다.
우리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도움의 손길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즈음 한 지인이 회사를 찾아와 솔깃한 정보를
주었다.
고양시에 아주 용한 점쟁이가 산다는 것이다.
그는 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훤히 꿰뚫는다고 한다.
신묘불측한 처방까지 내린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여보,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갑시다.”
자유로를 달려 빨간 깃발이 꽂힌 무당집 앞에 도착했다.
“이 점쟁이가 아주 족집게라는군. 점을 한번 봤으면
싶어. 요즘 도무지 되는 일이 없잖아.”
아내는 침묵했다. 그런데 선뜻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우선 점심을 먹고 다시 옵시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무당집에 당도했다.
이번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만약 저곳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온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여보, 무당집에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지요?
제게 한 가지 묘안이 있어요.
내일부터 교회 새벽기도회에 나갑시다.
하나님께 집중적으로 한번 매달려 봅시다.”
아내의 권유에 마음이 흔들렸다. 점을 보느냐,
새벽기도를 드리느냐.
아주 중요한 선택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아내의 말이 옳았다. 회사와 가정이 모두 붕괴될
초비상 사태인데 한가롭게 늦잠을 자고 있다니….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나인데,
왜 아내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잠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업을
일으킨단 말인가.
말로만 힘들다고 하소연할 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존재가
아닌가. 참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이 말씀을 붙잡고 기도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어려웠다. 기술 파트너였던 일본의
후지쓰 프론텍은 우리 회사 부도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회사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나, 회사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자본을 100% 투자해 한국 법인회사를
설립하겠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IMF의 찬바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가
확정된 것이다.
회사 설립은 자산인수방식(P/A)이었다.
고객에 대한 무한책임을 실천한 기업, 환경이
어려울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의 배려에
우리는 감동했다.
그때가 바로 1998년 7월 4일이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바로 그날에 FKM이란
새로운 회사가 탄생했다.
새벽기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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