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一平生) 동안 선천적(先天的)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온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검사도 한 번
받지 못하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삶이 안정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생전 처음으로 안과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놀랍게도 수술만 하면
시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 비용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앞을 보게 되는 시력회복 수술을
포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그에게 "평생소원인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인데 갑자기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왔기 때문에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에게는 스무 살에 만나 결혼해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온 사랑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제 아내는 누구보다 심성이 착하고 곱고 아름답습니다.
결혼할 때 아내는 얼굴에 흉(凶)한 화상 자국이 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내가 눈먼 나를 남편으로 선택한 것은 자신의
크나큰 약점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저는 아내의 얼굴 모습이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요.
그런데 만약 지금에 와서 제가 시력(視力)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해서 수술을 하고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제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저는 잘 압니다.
자기 얼굴을 보고 남편인 제 마음이 멀어질까 봐
엄청 걱정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역력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내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올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어떤 모습이던 저는 아내를 사랑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내의 흉한 얼굴을 볼 것이라는 사실로 인해
아내는 마음이 몹시 불편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평생토록 시각장애인인 저를 믿고
살아준 아내를 위해 저는 수술을 포기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국내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實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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