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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목숨을 건 장기 내기 이야기

by 법천선생 2025. 1. 9.

아주 부유한 귀족 집안의 한 젊은이가

어느 완전히 깨달은 선사(禪師)에게 왔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욕망을

탐닉해 보았으며 충분한 돈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싫증이 났고 술에도 싫증이 났다.

그는 선사에게 와서 말했다.

“저는 이제 세상이 싫증이 났습니다. 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그 젊은이는 계속 말했다.

“그러나 저에게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제 자신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끈기가 없어서 뭐든지 오랫동안 지속하지를

못합니다.

 

당신이 제게 어떤 방법을 알려 주거나 명상을

하라고 하면 며칠간은 할지 모르지만 곧 도망치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으며 오직 불행,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제 마음은 이런 식입니다. 저는 어느 것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어떤 방법을 택해

주실 때 이 사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끈기가 없다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대가 과거에 행했던 모든 것을 다시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거꾸로 여행해야 하며 퇴행(退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대는 그대가 태어나던 때, 신선하고 어리던 때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다시 그 신선함이 성취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신선함이란 앞에 있지 않으므로 그대는 어린이가

되기 위해서 뒤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대가 지속적일 수 없으며 며칠 안에 도망가

버린다면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자, 그럼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물어 보겠다. 그대는

어떤 일에 매우 흥미를 느껴 완전히 푹 빠져 본 적이 있는가?”

그 젊은이는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예, 장기가 있습니다. 저는 장기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장기를 사랑하며 그것이

지금 저를 구해주고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다른 것은 다 사라져 버리고 오직 장기만이 저와

함께 있으며 그것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 선사 말했다.

“그러면 뭔가가 될 수 있겠군. 잠깐 기다리게.”

 

그 선사는 시자(侍者)를 불러서 그 절에서 12년 동안

명상을 하고 있던 한 승려를 데려오게 하고,

또 장기판을 가져 오게 했다.

 

장기판과 함께 그 승려가 왔다.

그는 장기를 약간 둘 줄을 알았으나 12년 동안이나

방안에서 명상만을 해왔기 때문에 장기는 물론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선사가 그 승려에게 말했다.

“여보게 들어보게나. 이제 아주 위험한 내기를 시작해

보려 하네.

 

만약 자네가 이 젊은이에게 진다면 여기 있는 이 검으로

내가 자네의 머리를 잘라 버리겠네.

 

나는 12년 동안이나 명상을 하고도 평범한 젊은이에게

지는 그런 승려는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나 그대에게 약속하지만 만약 그대가 내 손으로

죽는다면 그대는 분명히 극락에 가게 될 것이네.

그러니 걱정하지는 말게.”

 

그 젊은이는 약간 불안해졌다.

그때 선사가 젊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대는 요즈음 장기에 몰입해 있다고 말했다.

 

이젠 더욱 더 몰입하도록 하라. 이것은 생과 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진다면 나는 그대의 머리를 자르겠다.

그리고 기억하라. 나는 그대에게는 극락을 약속할 수 없다.

 

이 사람은 가능하다. 그는 어떻게든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는 극락을 약속할 수 없으며

아마 그대는 죽으면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죽는 즉시 그대는 일곱 번째 지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잠시 동안 그 젊은이는 도망갈 것을 생각했다.

매우 위험스러운 내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이런

내기를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망친다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로 생각되었다.

그는 사무라이, 무인의 아들이었으며 단지 눈앞에 닥친

죽음 때문에 도망친다는 것은 그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말했다. “좋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 젊은이는 거센 바람 속의 나뭇잎처럼 떨기 시작했다.

온몸을 떨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으며 머리에서 발바닥까지

온통 땀으로 젖었다.

그것은 생과 사의 문제였으므로 생각이 멈추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한가할 때에 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을 때 그대는

생각할 수 있으나 정말 문제가 있으면 생각이 정지한다.

 

마음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시간이 없다.

그대는 즉시 뭔가를 해야만 한다.

 

매순간, 점점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승려도 응수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매우 침착하고 고요하게

보였기 때문에 그 젊은이는 생각했다.

‘이제 죽음이 확실하구나.’

그러나 생각이 사라지자 그는 완전히 그 순간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죽음 역시 하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도, 삶도 잊어버리고 그 게임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완전히 장기에 몰입된 상태에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짐에 따라 점차 그는 아주 멋진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 승려가 이기고 있었으나 몇 분 안에 그 젊은이가

완전히 몰입하여 멋진 플레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 승려가 밀리기 시작했다.

 

오직 순간만이, 현재만이 존재했다.

거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몸도 좋아졌다.

 

떨리던 것은 멎었으며 땀은 증발해 버렸다.

그는 마치 깃털처럼 가볍고 무게가 없이 되었다.

 

그의 몸 전체는 마치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마음은 더 이상 거기에 있지 않았다.

 

지각이 분명해졌으며 그는 다섯 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는 그처럼 멋진 플레이를 한 적이 없었으며 상대방의

플레이는 무너지고 있었다.

 

몇 분 내로 상대방은 지게 될 것이고 그의 승리는 확실했다.

 

그때, 갑자기……. 그의 눈이 맑아 거울처럼 되고,

그의 지각이 깊어졌을 때, 그는 그 승려를 바라보았다.

 

그 승려는 매우 순수했다.

12년 동안의 명상으로 그는 한 송이 꽃처럼 되었으며,

완전히 순수해졌다.

 

그에게는 어떤 욕망도, 어떤 생각도, 어떤 목표도, 어떤

의도도 없었다.

 

그는 최고로 순수했으며 어린이조차도 그처럼 순수

하지는 못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 그의 맑고 푸른 하늘같은 눈동자…….

이 젊은이는 그에 대해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만간 그의 머리가 잘릴 것이었다.…….

 

그가 이런 연민을 느끼는 순간, 미지(未知)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 그의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는 지복에 찬 기분을 느꼈다.

 

그의 내면의 존재 위에 꽃들이 온통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기쁨, 이런 지복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일부러 장기를 잘못 두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잘못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전혀 가치가 없는 놈이다.

 

그러나 만약 이 승려가 죽는다면 아름다운 어떤 것이

파괴될 것이다. 나는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는 그 승려가 이기도록 하려고 의식적으로 틀리게

장기를 두었다.

 

바로 그 순간, ……

그 선사가 장기판을 엎질러 버리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누구도 지지 않을 것이오. 그대들은 둘 다 이겼소.”

 

그 승려는 이미 극락에 있었으며 마음이 풍요로웠다.

그의 머리를 자를 필요도 없었다.

 

선사가 ‘자네의 머리를 자르겠네.’라고 말했을 때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었고, 그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었다.

 

선택이라는 문제가 없었다.

선사가 그런 식으로 말했을 때 그것은 그대로 좋았다.

 

그는 가슴 전체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땀도 흘리지 않았고 떨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는 장기를 두고 있었을 뿐이며 죽음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 선사가 젊은이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겼다. 그리고 그대의 승리는 이 승려의 것보다

더 위대하다.

 

이제 나는 그대를 입문시키겠다. 그대는 이곳에 머물 수

있으며 머지않아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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