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중학교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제 중학교 선배님이자,
그 학교 동창회장을 맡고 계신 분을 만나게 됐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퇴직 고위 군무관 출신이셨죠.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그분은 조용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곳이 내 고향이라 퇴직 후에 아내랑 같이
내려왔어요.
퇴직금으로 땅 500평 사서 집도 짓고,
이제 여생을 편히 보내야지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참 행복해 보이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잠시 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근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어요.
내가 대장암에 걸렸고, 아내는 담낭암이었어요.
아내는 작년 10월에 먼저 떠났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죠.
그분은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이 집은 너무 잘 지어서, 정이 들어서
떠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시내까지 나가려면 한 시간이나
걸립니다.
친구들 만나러 나갔다가 집에 오면,
그 길이 참 멉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집에만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그분의 집이 ‘보금자리’가
아니라, ‘외로움의 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식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혼자 지내니 걱정이 되겠죠.
그런데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마저도 귀찮아요.
손자들이 와서 온 집안을 어지르고 가면
다시 정리하는 것도 일이고, 그게 그냥 피곤해요.”
그 말씀을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며 바라던 ‘편안한 노후’는
정말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요.
여러분, 일본은 우리와 좀 다르다고 합니다.
노인 요양원이 대부분 도시 한가운데 있다고 해요.
그래야 병원 가기도 좋고, 자식들도 찾아오기
쉽다고 합니다.
결국 ‘가까움’이 돌봄의 시작이죠.
그분은 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의 좋은 집에
살고 있지만, 그 집은 이제 그분을 지켜주는 대신
그분을 세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분을 바라보는 동안 저는 문득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좋은 집보다, 많은 재산보다, 사람과의 거리,
마음의 온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혼자가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건 집도 아니고,
돈도 아닙니다.
사람과의 연결,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 선배님이 제게 해주신 마지막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말이야…
좋은 집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그립더라.”
그 말을 들으며 저는 다짐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연락하고,
더 따뜻하게 대하자고요.
외로움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거리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날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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