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송나라 때의 재상 부필(1004~1083)은
마음의 그릇이 매우 큰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누군가 자신을 욕해도 그는 못 들은 척했고,
정말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어느 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아주 거친 사람이
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곁에서 이를 보다 못한 사람이 말해 주었다.
“지금 저 사람이 선생님을 심하게 욕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필은 얼굴을 바로 하고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지요.
그 부필이 꼭 내가 아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끝내 반응하지 않자 욕하던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더 이상 욕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욕설과 비방 앞에서도 침묵으로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부처님과 같은 인격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경지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분명 아는 것과 실천이 하나인 삶,
곧 지행합일의 삶을 살고 있는 이다.
만약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누구나 스승이나
성자로 존경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바로 인욕의 보살이자
지행합일의 재상이었던 부정공 부필 거사이다.
부필은 당대의 여러 재가 수행자들과 나란히
언급될 만큼 불법에 깊은 이해를 지닌 인물이었고,
선종의 가르침을 널리 펼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어느 날 한 벗으로부터 “이미 부귀도 극에
이르고 도덕도 높은데, 어찌 삶의 근본 문제에는
뜻을 두지 않는가”라는 편지를 받는다.
이 편지를 계기로 부필은 참선에 뜻을 두고
밤낮으로 수행에 힘쓰게 된다.
하지만 참선은 그저 앉아 있기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바른 스승의 가르침과 점검이 없다면
눈먼 사람이 길을 더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부필은 직접 스승을 찾아 나선다.
그가 어느 고을에 부임했을 때, 한 절에 머물던
수옹 선사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 마주한 순간
“이분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마침 선사가 법문을 하며 좌우를 천천히
둘러보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큰 코끼리 왕이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 순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부필은 이후 선사를 초대해 자기 관할 지역에
머물게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음의 법을 물었다.
높은 자리에 있던 관리였지만 그의 태도에는
교만이 없었고 간절함과 겸손이 가득했다.
하지만 깨달음의 길에는 시련도 따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선사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부필이 이해한 바를 말하면 선사는 그저
“불법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고만 답했다.
나중에는 말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드는 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켰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이라면 화를 내거나
스승을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필은 달랐다.
왜 자신의 말이 늘 틀렸는지 그 이유를 알고자
더 깊이 의심하고 몰두했다.
마침내 그는 깊은 집중의 상태에 들었고,
어느 날 문득 모든 의문이 한순간에 풀렸다.
그 깨달음은 선사가 법좌에서 좌우를 바라보는
바로 그 모습에서 일어났다.
부필은 훗날 그 스승의 스승에게 이런 시를
보내기도 했다.
스승을 한 번 뵙고 깊이 깨달았고
이 인연으로 마음의 법을 전해받았습니다.
천 리 강산이 가로막혀 있어도
그 신령한 모습과 오묘한 음성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부필은 한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님을 만난 것은 끝없는 옛날부터 잊고 있던
일을 하루아침에 다시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만남으로 나는 반드시 삶과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그가 다시 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 곧 불성이었다.
스승이 좌우를 돌아보는 그 모습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깨어난 제자의 마음은 둘이 아니었다.
스승의 본래 모습과 제자의 본래 모습은 하나의
진실한 마음이었음을 부필은 온몸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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