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운 스님에게도 한때 지독한 고비가
있었습니다.
자나 깨나 기도에만 몰두하던 어느 날,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주변 스님들마저
"이제 회복하기는 어렵겠다"며 고개를
저을 정도였죠.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몽롱한 상태에서 스님은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 스님의 몸속에서 거대하고 징그러운
벌레를 쑥 뽑아 던져버리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느낀 것입니다.
눈을 떴을 때, 거짓말처럼 온몸의 병마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기도가 부른 첫 번째 기적이었습니다.
진정한 신비는 그 후에 찾아왔습니다.
평화로운 어느 날 오후 2시, 스님은 여느 때처럼
염불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평소대로 오후 4시에 마칠 계획이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몸과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님은 내친김에 '오늘은 끝까지 한번 가보자'
는 마음으로 염불을 이어갔습니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 소리 속으로 정신이
깊게 빨려 들어가더니,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의식은 촛불처럼 또렷하게 깨어 있었고
잡념은 단 한 톨도 끼어들지 않았지만,
스님 자신은 물론 흐르는 시간조차 의식되지
않는 깊은 삼매(三昧)의 상태였습니다.
마침내 깊은 집중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본 스님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당연히 저녁쯤 되었으려니 생각했는데,
시계 바늘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12시간이라는 시간이 마치 찰나처럼
흘러가 버린 것입니다.
이 놀라운 체험 이후, 스님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5시간 연속 염불 정진쯤은
가볍게 해낼 수 있는 깊은 내공이 생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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