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부자를 꿈꾸며
[속보, 경제, 증권, 주간지] 2003년 07월 07일 (월) 10:51
부자와 존경은 정녕 함께 갈 수 없는 명제인가. 어떻게 해야 부를 축적 하면서도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21세기 한국사회가 풀어야할 숙 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숙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는 선례가 우리 역사에 있다. 그 선례가 바 로 12대 만석군을 지낸 경주 최부자집이다. 12대를 환산하면 대략 300 년 가까운 세월동안 만석군을 유지했다는 얘기다. 1600년대 중반부터 1 90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최부자집은 대대로 만석을 유지했다. 1년 수입이 쌀 1만석이라면 오늘날 재벌급에 해당하는 거부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 비결은 이렇다.
■만석이상은 환원한 최부자■
첫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돈 이라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최부자집은 만석 이상 불가의 원칙에 따라 그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환 원 방식은 소작료를 낮추는 방법이었다. 당시의 소작료는 대체적으로 수확량의 7할 정도를 받는 것이 보통 관례였는데, 최부자집은 남들같이 7할 정도를 소작인들에게 받으면 재산이 만석을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 하므로 그 소작료를 낮춰야만 했다.
예를 들면 4할을 받거나 아니면 그 이하로도 받았다. 이 정도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주변 소작인들은 앞다퉈 최부자집의 논이 늘어나기를 원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부자집 논이 늘어날수록 자기들은 혜택을 보게 되니까.
사촌 논 사면 배아프다는데 이는 정반대다. 상상해보라. 저 집 재산이 늘어나야 오히려 나에게 좋다고 여기는 상황을. 저집이 죽어야 내 집이 사는 게 아니라, 저 집이 살아야 내 집이 산다는 상생(相生)의 방정식 을 생각해보라. 이 어찌 아름다운 장면이자 통쾌한 풍경이 아니겠는가!
둘째, ‘흉년에 논 사지 말라’다. 조선시대의 경우 흉년이 들어서 아 사 직전의 상황에 직면하던 때에는 쌀 한말에 논 한 마지기를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우선 당장 먹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까 논 값을 제대로 따질 겨 를이 있을 수 없다. 심지어는 ‘흰죽 논’도 있었다. 흰죽 한끼 얻어먹 고 논을 내놓았다고 해서 흰죽 논이다. 쌀을 많이 갖고 있었던 부자는 바로 이러한 기아상태의 흉년이야말로 없는 사람들의 논을 헐값으로 사 들여서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는 상극(相剋)의 방정식이다.
그러나 최부자는 상극의 방정식을 금했다. 이는 양반이 할 처신이 아니 요, 가진 사람이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봤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흉년 에 논을 사게 되면 나중에 원한이 맺히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헐값에 논을 넘겨야만 했던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 가. 한 수 앞만 내다보면 그 원한이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것은 불문가 지. 같은 맥락의 원칙 가운데 또 하나가 ‘파장에 물건사지 않는다’ 였다. 장날이 끝나는 오후가 되면 물건값이 반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오전에 물건을 사지 않고 장이 끝나는 오후 무렵까 지 일부러 기다렸다가 물건을 사는 습관이 있었는데, 최부자집은 오전 에 제값을 주고 물건을 구입했다. 부자가 이런데서 돈을 아끼면 품격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셋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것. 요즘같이 여관이나 호텔이 많지 않았으므로 여행을 하던 나그네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양반집이나 부자집에 며칠씩 또는 몇 달씩 그 집 사랑채에 머물다 가는 일이 흔한 일이었다. 최부자집 사랑채의 과객 수용 능력은 100명 가량이었다. 1년 에 약 1000가마의 쌀을 과객 접대하는데 사용했다. 대접을 후하게 받은 과객들은 최부자집의 덕망을 전국에 입소문 냈고, 그 결과 동학과 같은 사회적 격변기에도 다른 부자집들과는 달리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300년을 이어온 최부자집의 전 재산은 해방이후 대구대학(영남대학 전 신)의 설립에 전부 기부됐다. 대학 설립으로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12대 만석군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원칙과 철학이라는 것은 멀리 볼 수 있는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출처:매경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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