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열기를 느끼면서 또한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설정한 목표와 방법이 지구를 구하는 실질적인 해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코펜하겐 회의의 주 관심사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산화탄소 감축과 같은 장기전략과 함께 단기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힐러리 클린턴도 언급한 바 있듯이, 잔류기간이 짧은 단기성 온실가스 감축에 주목해야 하며, 이를 감축한다면 신속한 냉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언급했던 단기성 온실가스란 메탄, 대류권 오존, 그리고 블랙카본 등인데, 이들의 주 배출원은 바로 축산업이다.
저명한 월드워치 연구소 2009년 11/12월호 매거진에 실린 논문을 보니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의 51% 이상을 배출한다고 한다. 세계은행 전 수석환경자문위원인 로버트 굿랜드 박사와 제프 안항이 주도한 이 연구는 축산업의 온난화 기여도를 18%라고 규정했던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를 보완한 것이다. 두 연구자는 우선 가축은 인간이 식용의 목적으로 인공수정을 통해서 이 세상에 불러온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가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현재의 가축 수가 유엔 기준치의 2배 이상인 최소 500억마리를 웃돌며, 목초지와 사료경작지 조성을 위해 사라지는 열대우림과 삼림의 환경적인 요인 또한 훨씬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메탄의 온실효과가 기존의 연구결과보다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하순 영국 <더 타임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환경운동의 수장’으로 불리는 니컬러스 스턴은 축산업이 배출하는 엄청난 온실가스 때문에 채식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코펜하겐 협상단에 육류 가격을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그가 이렇게 절박하게 육식의 문제를 들고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치가들의 축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결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와 지구의 운명이 젓가락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육류에 손을 대면, 전기 스위치를 올릴 때 발전소의 가동이 시작되는 것처럼, 그 모든 치명적인 환경파괴 과정이 작동하게 된다. 그러나 육류를 멀리하면, 생태계에 불균형을 초래하는 가축들이 더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며, 황폐화된 목초지에 다시 나무와 풀이 자라고, 토양은 건강성을 회복해 대기로부터 탄소를 흡수하게 될 것이다. 바다 밑에서 성층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들이 온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조길예 전남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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