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속성상 한 개인이 선거에 입후보자가 되면
‘인(人)의 장벽(障壁)’에 둘러싸인다.
선거의 성격, 후보의 역량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포스트’가 서면 외부와는 차단된다.
입후보자의 옆을 측근들이 밀착한다.
이들은 후보와 생각까지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없듯이 이들 1진들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 밖으로 2진이 겹을 포갠다.
후보의 최측근과 연결되거나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강한 사람들이다.
최소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그 바깥으로도 몇 겹의 막이 쳐지지만
모두가 판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후보가 ‘이긴다’고 믿거나,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거나,
심지어 ‘젯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운동원들도 이 ‘레이스’가 계속돼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후보는 객관적인 세상으로부터 차단된다.
이렇게 당선이 확실하던 판에 믿지 못할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주위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온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다들 ‘된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달려왔는데
결과는 무참하다.
후보는 모두가 날 지지한다고 착각했겠지만
유권자의 표를 얻는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뒤늦게야 현실을 깨닫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선자들은 서서히
자신의 눈과 귀가 그동안 닫혔음을 깨닫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열정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됐음에
고마워하게 되고, 민심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많은 유권자를 만나고 다녔지만 ‘빙산의 일각’이었고,
유권자들의 ‘립 서비스’를 그대로 받아들인
자신의 어리석음도 깨치게 된다.
그 때가 돼서야 비로소 겸손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