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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깐학습법/맘샘이 쓰는 일기

가르치지 말고 느끼게 하세요

by 법천선생 2011. 1. 29.

조선일보ad

유아기 '엄마표 음악교육'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씨는 자신의 여섯 살 딸의 음악 교육을 위해 유아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음악학원에 수강료를 문의했다. 일주일 한 시간 수업에 한 학원은 석 달에 30만원, 다른 학원은 교재비까지 합해서 38만원이었다. 매일 보내는 피아노 학원비가 한 달에 8만원 정도인 것에 비해 너무 비쌌다. 결국 김씨는 아이의 학원 등록을 미뤄야 했다.

어린 시절의 음악 경험은 아이의 정서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는 "음악은 제2의 언어다. 유아기 때 음악과 친해지면 지능지수, 감성지수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 '말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게 된다"며 조기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부모가 이에 공감하고 자녀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 교습을 받게 하고 있다. 박진경(36·서울 서초구)씨는 2학년 딸의 교과목을 학원에 맡기지 않고 본인이 가르치지만, 음악만은 사교육에 맡기고 있다. 박씨는 "음악은 전문 분야로 느껴져서 내가 직접 가르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아기 음악교육은 흥미를 갖게 하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집에서도 부모가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곽은미 명지대 음악치료과 겸임교수는 "유아기의 음악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것이다"라며 "엄마와 아이의 정서적 교감이 선생님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친숙한 것 이용해 흥미 유발하기

자녀를 교육할 때 흥미를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친숙한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영애 한국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은 자신이 주변에서 이미 본 것, 오감으로 받아들인 내용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소나(36·서울 노원구)씨는 이를 이용해 엄마표 음악교육을 실천한 좋은 예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4학년 아들을 둔 정씨는 큰아이가 24개월 되던 무렵부터 취학 전까지 음악교육을 담당해왔다. 현재 두 아이는 반 대표로 교내 동요대회에 나가 상을 타고, 스스로 작곡도 할 만큼 음악을 즐긴다.

정씨는 먹거리를 교구로 이용했다. 식빵에 4분 음표(♩) 모양으로 잼을 발라주거나 음표와 닮은 콩나물을 오선지 위에 올려 음계 공부를 하는 등 일상의 모든 것을 이용해 아이들이 음악과 친해지도록 했다. 몸도 좋은 교구다. 신체 특정 부위에 계이름을 붙여 음계의 높낮이를 알려주고, 바닥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그 위를 리듬에 맞춰 뛰어다니도록 했다. 아이들이 잘 아는 동요의 가사를 바꿔 부르는 것은 음감 훈련에 효과적이었다. 정씨는 "엄마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음악교육은 아이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놀이'가 된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아빠표 기타'를 연주하는 윤희수(3)군.(왼쪽) 과 사교육없이 음악성 키운 박재홍(12)군.

◆핸드메이드 악기 만들기

세 살 아들을 둔 오은애(32·서울 강서구)씨는 요즘 남편 윤온섭(34·서울 강서구)씨와 아이의 합주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연주하는 악기들은 모두 아빠가 손으로 만든 것. 집에서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것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악 홈스쿨링의 대표적인 예다. 곽은미 교수는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악기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현악기의 경우 줄의 길이와 종류에 따라 나는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음의 높낮이에 대한 감각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악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꺼운 종이와 나무판을 이용해 울림통을 만들고 길이가 다른 낚싯줄을 세 개 정도 압정으로 고정해 기타를 만든다. 이외에도 울림통과 현이 결합한 형태의 악기는 재료를 바꿔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드럼은 크기가 다른 반찬통을 받침대에 고정하면 완성. 드럼 채는 쓰지 않는 젓가락 등을 이용하면 된다. 타악기 역시 통 안에 넣을 콩·쌀·마카로니 등 작고 딱딱한 재료만 있으면 여러 가지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윤씨는 "요즘은 아이가 TV에서 특정 광고음악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춤을 춘다. 악기 연주를 즐기면서 소리와 리듬에 좀 더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음악을 통해 귀를 열어라

대구 영재음악원에 다니는 박재홍(대구 복현초 5)군은 2010년 음악춘추콩쿠르 5학년부 1등, 전국음악협회 음악경연대회 초등부 대상 등 전국 규모 피아노 대회에서 상을 휩쓴 유망주다. 하지만 재홍군이 받은 음악 사교육이란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다닌 피아노 학원이 전부다.

아버지 박주영(50·대구 북구)씨는 사교육 없이도 음악성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무한 음악 감상'을 꼽았다. 박씨는 재홍군이 어렸을 때부터 온종일 집에서 클래식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았다. 덕분에 아이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내내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김진수 교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음악적 표현을 인지하는 정도가 향상돼 음악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유아기와 초등학생 때 들을 클래식 음악으로 바흐·헨델·모차르트·베토벤 등 낭만 시대 이전 작곡가들의 작품을 추천했다. 낭만 시대 이후의 음악 중에는 쇼팽이나 리스트의 피아노 소품이 좋다. 이영애 교수는 "음악을 들을 때 느낌을 몸이나 말로 표현하도록 하거나, 특정 악기 소리나 리듬요소만 따로 듣는 것을 연습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