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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독서 습관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사주는 것으로 부모가 할 일은 끝이었지만, 요즘은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으니
부모가 고민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지금은 인터넷과 영상물이 책으로 가는 흥미와 열정을
줄어들게 만들기 때문에 아이의 생활을 두루 살펴주어야 합니다. 특히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
학습 부담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지쳐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예전 생활에 중요한 진실이 있습니다. 부모는 책을 사주기는 하지만 책 읽는 일에 간섭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독서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독서는 자기가 자유롭게 하는 활동이지, 누가 시켜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되면 곤란합니다. 책을 빨리 읽는지, 많이 읽는지, 휙휙 넘기며 읽는지,
한꺼번에 이책 저책 쌓아놓고 읽는지, 줄거리를 이해하고 읽는지...간섭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독서를 결정하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자기라는 점을 언제나 명백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의 간섭은 이 전제를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됩니다.
학습만화를 고른 아이한테 '넌 왜 그딴 책만 고르니' 비난해선 안 되고
책을 제대로 읽나 안 읽나 감시하고 평가해선 안 되고
책 읽는 방법에 맞고 틀린 게 있다, 잘 읽고 못 읽는 게 있다는 식으로 말해선 안 되고
많이만 읽지 말고 찬찬히 읽어라 잔소리해선 안 됩니다.
언제나 아이가 원하는 것, 취향을 존중하고, 독서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살펴보고 돕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방식이 이 전제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는 거죠.
다음으로는 어린이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독서를 배우는 기간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독서력을 섣불리 판정할 수 없습니다.
독서는 천천히, 긴 시간에 걸쳐서 완성되는 활동입니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보통보다 몇 달 늦는 수도 있고, 길면 일 년 늦는 수도 있지만
그 아이의 시간대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땐가는 말을 능숙하게 하게 됩니다.
생후 2년 이상 경험으로 쌓으면서 안에서 익히는 시간을 거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독서를 배우는 기간은 그보다 더 긴 시간입니다.
다른 아이보다 더디다고 절대 완성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니 조급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느 시점에 금을 그어서, 1학년의 독서력, 2학년의 독서력, 독서력이 떨어지네 뛰어나네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평가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그런 평가에 따라 독서를 돕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돕는 방법으로, 좋은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 이상 가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어쩧다 저쩧다 판정하는 일이 많은데, 별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요즘 아이의 독서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에 다독과 편독에 관한 것이 아주 많습니다.
책을 잘 읽기는 하는데 많이 읽지 않아서 걱정이다,
다독하는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는지 의심스럽다,
공주 나오는 책만 읽는데 그냥 두어도 되나,
학습만화만 보려고 하는데 괜찮나...
아이의 독서습관은 거의 부모가 만들어주거나 방임하여 생겨난 것이기 쉽습니다.
안 그럴 수가 없지요. 책을 사는 것도 빌리는 것도 아이 혼자서는 하지 못할 것이니까요.
어떤 습관을 들이게 해놓고, 이제는 그 습관이 문제는 없나 걱정하는 식입니다.
많이 읽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말은, 부모가 정한 양에 못미친다는 말입니다.
다독을 걱정하는 걸 보면, 아이가 책장을 휙휙 넘기고 만다는 것인데,
부모가 독서량에 집착해서 나타난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학습만화에 관한 질문이 정말 많은데, 학습 효과를 믿고 부모가 많이 구해주었거나
방임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습관으로까지 굳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다독이니, 정독이니, 편독이니 이런 말들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별 도움은 안 됩니다.
이렇게 규정을 하는 부모들은 독서에 대해 이미 정해진 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 주제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잡힌 독서를 해야 한다--그러니 편독은 문제다,
다독과 정독이 다 필요하다--그러니 다독하는 아이한테는 정독을, 정독하는 아이한테는 다독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편독이니, 다독이니, 정독이니, 이런 건 어떻게 규정하는 겁니까?
어린이의 독서에서는 무엇을 가리켜 그렇게 규정하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이한테 심어줘야 할 독서습관은 그런 게 아닙니다.
첫째로 책은 재미있다고 믿는 것, 둘째로 다양한 구성과 표현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목표를 이렇게 보면, 독서습관에 관한 문제는 모두 책을 고르는 일로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걸 1학년은 하루 몇 권, 이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아이가 책이 재미있는 걸 알고 있나, 재미있는 책을 충분히 보고 있나, 생각해 보는 겁니다.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내가 읽어주면 됩니다.
한 가지 주제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잡힌 독서를 한다는 걸, 수학과 생태와 과학원리와 인체와 우주 같은
주제를 모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아이가 책에서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발견했나, 그 주제에 맞는 책을 읽고 있나,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럼 그런 책을 찾아서 읽어주면 됩니다.
편독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이, 모든 주제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균형 잡힌 독서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생각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왜 모든 주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
그러지 않는 아이는 잘못된 것입니까? 그 아이가 독서력을 발달시키는 데 문제가 있나요?
제가 독서에서 치우치는 것을 걱정한다면 특정한 수준의 독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습만화만 보는 아이라면 문제가 됩니다. 학습만화를 읽는 스킬만으로 어린이한테 필요한 독서력이 다 습득될 수 없으니까요.
매직**하우스나 엽기과학자***를 5분 10분에 독파하는 독서력은 어떤가요?
30권짜리, 60권짜리가 다 표준적인 난이도의 문장과, 공통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동안,
어린이의 독서력은 얼마나 발전하였을까요?
모든 주제가 다 들어 있으니 이 책들은 다양한 독서체험을 주는 건가요? 균형 잡힌 독서가 되나요?
이런 책들은 주제는 다양한지 몰라도,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독서력은 같은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한 수준의 독서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에도 해결책은 그와는 다른 구성과 표현을 가진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읽어주는 것입니다.
되도록 아이한테 이제까지 독서하는 방식과 달리, 혼자 상상을 많이 해야 한다거나
금방 해답이 나오지 않고 좀 길게 참아야 해답이 나온다거나,
부분부분에서 느낀 재미만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니까 그전에 느끼지 못한 매력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책이라거나,
그런 책으로, 재미있는 책을 찾아서 읽어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책이란 아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재미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자기가 가진 잠재력을 다 동원해서라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을 말합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문제'라고 판단하는 자체가 우리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서습관이라고 하면 아이가 지금 읽는 책들이 주로 어떤 책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없는 책들, 아이한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줄 책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에 전제는 읽어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한테 읽어라, 하지 말고 읽어주십시오.
독서를 배우는 초등학생들한테는 무조건 읽어주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입니다.
무조건 아이한테 재미있는 책이어야 합니다. 읽어주는 책을 아이가 혼자 읽는 수준으로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읽어주는 책은 그보다 높아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는 읽어내기 어려운 책이니까요.
아이의 독서를 위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이 될 때 먼저 생각하세요.
내가 그렇게 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될까, 아니면 싫어하게 될까.
싫어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안 하면 됩니다. 그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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