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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개콘> 멤버들로만 꾸린 아주 특별한 실험

by 법천선생 2012. 11. 26.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인간의 조건 >은 매우 흥미로웠다.

 

 

'휴대 전화 없이 일주일간의 합숙'이란 설정은 김준현의 말처럼

어느덧 기록이 기억을 대체해버린 우리 모두의 삶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문명의 이기로 인해 놓치거나 잊고 살던 것들을

한번 생각해보고, 따뜻한 정이나 추억과 같은 감성들도

간접 체험할 기회를 주었다.

 

예능이지만 본격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단 1회가 방영되었지만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이란

뻔하디 뻔한 주제를 잔잔하면서 꽤나 호감가게 자극했다.

 

 

그런데 예능이란 틀에서 보면 <인간의 조건 >이 가진 미덕은 따로

있다.

이 리얼리티쇼가 새롭다, 신선한 형식이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인카메라나 합숙 등의 장치와 설정 때문이 아니라 코미디언들을 위한

예능의 조건과 그 플랫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 >이 기대되는 건 출연진 전원을 <개콘 >멤버들로 꾸린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개그 콘서트 >의 등장 전후로 예능은 공개 코미디쇼와

버라이어티쇼로 경계가 명확하게 나뉘어졌다.

버라이어티쇼가 메이저리그라면 코미디쇼는 마이너리그로 인식됐다.

가장 잘나간다는 코미디언들이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게 되면

승격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물론 출연료나 인기, 영향력 등을 고려해볼 때 전혀 어이없는 것은 아니지만

웃기는 것으로 시험을 치고 입사해 밥을 먹고 사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그들은 언제나 예능계의 '팜 시스템'에 속한 만연 마이너였다.

 

대신 촉망받는 유망주들은 따로 있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와

빵빵 터트리는 예능계의 신인은 예전의 김수로부터 시작해

<런닝맨 >의 송지효, 개리, 이광수나 지난주 <무한도전 >의

흥행을 담당한 김치듀오(김C와 조정치)와 <1박2일 >의 게스트 윤종신,

유희열처럼 웃음이 직업이 아닌 전혀 다른 필드에 있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따라서 김용만이나 박명수, 유재석 등 MC급은 공채 코미디언들이긴 하지만

하하나 노홍철, 김종민, 김종국 같은 다른 필드에서 유입된 인물들이

활약하는 요즘 예능에서의 웃음 문법은 공개 코미디쇼 무대에서

단련된 코미디언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중론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해피투게더 >의 방식처럼

철저히 조연역할에 머무르는 수준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예능은 어쨌든 언제나 시청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낼

새로운 인물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새 얼굴이 성공하려면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반전 매력,

그리고 기존 멤버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맥이 중요하다.

코미디언들은 이 모든 지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 불후의 명곡 >MC를 맡고 있는 정재형을 보자.

그는 <무한도전 >에 출연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 뮤지션이란 배경이나 음악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망가지니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예능은 해본적도 없는 새로운 인물인데 반전까지 있자 기존 MC들이

계속 그를 건드리면서 웃음을 함께 만들어낸다.

무엇으로 웃겨왔는지 뻔히 아는 코미디언보다 반전의 강도가

훨씬 셀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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