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본래 뽐내기를 좋아하고 싸움을 잘한다.
한 마리의 장끼는 여러 마리의 까투리를 거느리고
산등성이나 산자락에서 노닌다.
특히 봄과 한여름은 번식기라서 까투리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면 수놈인 장끼들이 그 소리를 듣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까투리 곁으로 날아간다.
그럴 때면 사람이 곁에 있어도 두려워하지를 않는다.
그것은 자기가 까투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데 있다.
이런 때에 사냥꾼은 덧을 치고 까투리를 미끼로
잡아매 놓고는 까투리의 울음을 흉내 내며
수놈을 유인한다.
그러면 수놈은 그 죽은 까투리 앞에 늠름하게 선다.
그때 사냥꾼은 미리 설치해 놓은 그물로 장끼를
덮어 씌워 하루에도 수 십 마리씩을 잡는다고 한다.
나는 사냥꾼에게 물어 보았다.
“꿩들의 욕심이 모두 같은가, 아니면 모두 다른가?”
“그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비탈이나 낮은 산기슭에는 수천 마리의 꿩이 있는데
저는 매일 같이 그곳에 가서 잡습니다.
그런데 어떤 놈은 그물을 한 번 만에 잡을 수 있고,
어떤 놈은 두세 번 만에 잡는 수도 있고,
또 어떤 놈은 처음에 못 잡으면
끝내 못 잡는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제가 나무사이에 숨어서 대나무 통을 불며
미끼 까투리를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면
장끼란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듣다가
목을 길게 뽑아 바라본 뒤에 땅을
박차고 빠르게 날아옵니다.
주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런 놈은 한 번에 잡습니다.
이는 꿩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놈으로
화근(禍根)을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대나무 통을 한번 불고 미끼를
한번 움직일 때는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양 있다가,
두세 번 만에야 겨우 마음을 조금 움직여
고개를 뽑고 한동안 망설이다가 열 자쯤 날아올라
공중을 한 바퀴 돌고는 두려운 기색으로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런 놈은 한번 그물을 덮어 씌워서는 대부분 도망갑니다.
그리하여 두세 번쯤은 시도한 뒤에야 겨우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놈은 꿩 중에 경계하는 마음이 많은,
화를 면하려 노력하는 놈입니다.
밖에 지팡이 소리만 들어도 놀라서 후다닥 숲속으로
미련 없이 날아가 버리는 놈이 있습니다.
저는 이놈을 굳이 잡아 보려고 날마다 숲속을
헤매면서 온갖 방법으로 유인해 보지만
그놈이 사람을 꺼리는 것은 늘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마른 나무 등걸처럼 숨을 죽이고 서서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보았으나 그놈은 욕심이 적고
경계하는 마음이 많아서 좀처럼 가까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 이런 놈은 대나무 통이나 미끼로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꿩은 가장 영특해
화를 멀리할 줄 아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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