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종고 선사의 문하에는 깨달은 제자들,
용상 대덕들이 수두룩하게 많았다.
대혜종고선사의 문하에 ‘도겸’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대혜종고 선사 밑에서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수행을 했지만, 함께 수행한 친구들은 모두 다
깨달았다는 인가를 받았지만, 자신은 깨닫지 못하여
늘 마음이 비참하고 낙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승이신 선사께서 먼 곳으로 친구에게
건네줄 편지 심부름을 다녀오라는 분부를 받게 되었다.
마침 친한 도반이었던 ‘종원’스님이 그를 위하여
길동무가 돼주길 자청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하며 심부름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어느 날 도겸 스님은 종원 스님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여보게 나는 아무리 정진을 하여도 진척이 없네,
자네는 먼저 깨달았으니, 나를 좀 도와주게나.
어떻게 해야 깨달음을 얻어 일대사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글쎄 나도 자네를 도와주고 싶네만은 어쩔 수가 없네.
그런 일은 자신이 혼자 해결할 수 밖에는 없다네.”
도겸은 ‘그 일이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전해줄 수 없느냐’
고 물으니, 도반인 종원 스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가령 자네가 배고프고 목마르다고 해서, 누가 대신
먹고 마셔 준다고 해도 자네가 배불러지고 갈증이 가시겠는가!
대소변이 마렵다고 해도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자네이지,
누가 대신 걸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종원의 우정 어린 충고에 도겸은 활짝 눈을 떴다.
언어대오를 하여 크나큰 환희심을 맛보게 된 것이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팔짝 팔짝 뛰면서 춤을 추면서도
자기 스스로도 알지 못할 정도였다.
종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끝났음을 알고 더 이상
도겸과의 여행에 자신이 필요 없음을 알고 동행하지 않았다.
반년 후 일을 마치고 도겸이 돌아왔을 때 대혜 화상은 말한다.
“이제는 네가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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