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가 말하기를 "자기 마음이 정토 (淨土)인데
새삼스레 정토에 가서 날 것이 무엇이며, 자기 성품이
아미타불인데 따로 아미타불을 보려고 애쓸 것이
무엇인가?" 라고 한다면,
이말이 옳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 부처님은 탐하거나 성내는 일이 없는데,
그럼 나도 탐하거나 성내는 마음이 일지 않는가?
저 부처님은 지옥을 연화세계로 바꾸기를 손바닥
젖히듯 하신다는데, 나는 죄업으로 지옥에 떨어질까
오히려 겁을 내면서 어찌 그걸 바꾸어 연화세계가
되게 한단 말인가?
저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세계를 눈앞에 놓인 듯
보시는데, 우리는 담벼락 너머의 일도 모르면서
어떻게 시방세계를 눈 앞에 본단 말인가.
그러므로 사람마다 성품은 비록 부처이지만
실제 행동은 중생이다.
그 이치와 현실을 말한다면 하늘과 땅 사이처럼 아득하다.
규봉선사가 말하기를 "가령 단박 깨쳤다 할지라도 결국은
점차로 닦아가야 한다." 고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그러면 다시 자기 성품이 아미타불이라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어찌 천생으로 된 석가여래와 자연히 생긴 아미타불이 있는가?
스스로 헤아려 보면 그냥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임종을 당해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큰 고통이 일어날 때에
자유자재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한 때에 만용을 부리다가 길이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후회막급의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마명보살이나 용수보살이 이미 다 조사이면서도 분명히
왕생하는 길을 간절히 권했거늘,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왕생을 부정하겠는가?'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 법문은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마음으로는 부처님의 세계를 생각하여 잊지 말고, 입으로는
부처님의 명호를 똑똑히 불러 산란하지 않아야 한다.
이와같이 마음과 입이 서로 합치되는 것이 염불(念佛)이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중 염불에 대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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