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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개념/명상법칙정리

육식하지 않았더니, 영양실조 안걸렸어요?

by 법천선생 2022. 10. 2.

<신행수기>  김용남

"영양실조 안 걸렸어요?"  육식과 오신채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친구는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물어오곤 하였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란 염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양실조에 대한 염려는 그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친분 있는 분들이나 부모형제는 물론이거니와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염려의 대상이

되었고, 꼭 육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받아야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말은 "정말 멸치도

안 먹어요? 골다공증 걸릴 텐데..., 우유는요?"

하는 질문이었고, 나는 일관되게 "전 부처님을

믿어요."라는 대답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언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말들이 모두

필요 없게 되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데다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보살계를 받다 보면 계사스님께서는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오계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고 적어도 불자라면 이 다섯가지를 꼭 지키라고

강조하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자들은 불살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쉽게 수긍하면서도 음식에 이르러서는 받아들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교 경전을 읽거나 역대 조사스님들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한결같이. "어차피 내가 죽이지 않은 이상 동물을 먹건

식물을 먹건 모두 남의 몸이라면 남의 몸이고 내 몸이라면

또한 모두 내 몸인데 굳이 동, 식물을 가려야 할 이유가 뭐람?"

하고 속에서 항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에게까지 동의를 구하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홀연히 나를 깨는 계기가 찾아왔다.

 

곡 5년전 박사논문을 쓰면서 <원통불법의 요체>를 읽은 것이

인연이 되어 첫 친견 이후부터 14년여 만에 나는 청화 큰스님을

다시 찾아뵈었었다.

 

당시 큰스님은 세간에 알려진대로 일생동안 철두철미하게 계율을

준수하시어 일종식으로 일관된 삶을 사셨으므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6년 고행상과 흡사하셨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큰스님을 친견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이미 준비해 두신 듯한 서찰을 한 장 건네셨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계율을 지킬 것을 강조하셨다. 집에 돌아온 나는

순 한문으로만 씌어진 글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지계엄정"이란 제목이 굵게 눈에 들어왔다. 쉬지 않고 써 내려가신

듯한 그 다음 글들은 육재일(음력 8, 14, 15, 23, 29, 30)엔 꼭 사시

(9시~11시) 한끼만 먹을 것과 성생활을 하지 말것, 오신채를 먹지 말것,

술 담배를 먹지 말것, 육식을 금하고 오직 삼보에 귀의할 것만을 생각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어서 각각의 계율에 대한 출처를 경전 내용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으신 것이었다.

  

그 다음은 육식을 금한다는 내용의 출처를 대승과 소승경전을 나누어

설명하셨다.

 

소승에서는 십종육을 금하지만 대승에서는 육식 자체가 우리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비의 종자를 끊어버린다 하여 일체의 육식을 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육식의 다섯 가지 허물을 정리해 놓으셨다.

 

첫째는 깨끗하지 못한 것, 즉 업이 두터운 것을 먹음으로 하여 그 깨끗하지

못한 업이 내 몸에 스며들게 되므로 그것이 인이 되어 결과적으로 부정한

업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찰의 습기를 먹게 된다는 것이며,

세번째는 천성이 나로부터 멀리 떠나가고,

넷째는 학문, 특히 마음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죽어서는 악도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오후불식(낮 12시 이후 불식)을 할 경우의 다섯 가지 복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첫째는 음욕심이 적어지고

둘째는 잠이 줄어들며

셋째는 마음집중이 잘 되고

넷째는 몸이 편안해지며

마지막으로 가스가 생기지 않으므로 몸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마음이 부처임을 확철 대오 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지닌

사람이다. 이 말은 나의 업을 소멸시켜 부처를 이루고자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원을 세운 사람이 음식을 가맂 않음으로써 오히려 업을 두텁게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의 사족이 필요 없엇다. 무조건 육식을 완전하게 끊었다.

무조건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자고 맹세하였다.

 

이 글을 쓰는 인연에 부쳐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항상 나보다

앞서서 시댁에서나 공식 모임에서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한솥밥 먹는 도반이다. 그는 부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호법신장님이다.

 

-성균관대 철학과 강사, 월간 불광 200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