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불교신자도 아니니 경전도 보지
말라'는 말까지 들은 터라 스님이 야속하고
한편으로 자신이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아들에 대한 분함과
스님에 대한 야속함으로 번뇌는 갈수록
쌓여 절에 갈 마음까지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할머니는 솟구치는 분노를
주체할 길이 없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저놈의 자식, 남이다'를 스님 말씀처럼
염불처럼 중얼거리게 되었다.
스님과 애기할 때는 건성으로 들었는데,
극한 상황에 처하니까 관세음보살 대신
'남이다'가 염불이 되었다.
그렇게 분노가 치밀 때마다 '남이다, 남이다'
를 되뇌이다가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문득
생전 처음보는 낯선 사람이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가슴 속에 얼어붙은 얼음덩이가
눈 녹듯 녹아내리며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다.
'내 아들'이라며 그토록 집착하던 자식이
완전히 '남'으로 보이자 원망과 미움이 사라지고
먹여주고 입혀주며 용돈까지 주는 자식에게
고마움이 밀려왔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나에게 이토록 고맙게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이 완전히 남으로 다가온 순간, 집착이
사라지면서 빈 그 자리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치 남의 집에 사는 사람처럼 설거지에
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자식들이 얘기라도
나누면 방해가 안 되도록 자리를 피해주었으며
절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하루종일 부엌에서
공양일을 도맡아 하였다.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고 나니 밉기만 하던
자식이 가장 고마운 존재가 되었고 잊어버리고
있던 일도 다시 하게 되면서 할머니는 누가
봐도 정말 보살같은 분이 되었다.
이후 할머니는 아들네가 서로 모셔가려 하고,
절에서도 매일 오셔 달라고 대환영이었다.
상대에게 도움을 주면 누구나 좋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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