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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개념/명상법칙정리

인과 이야기

by 법천선생 2024. 3. 18.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아래 불교가 지독히도 탄압을 받았

었고 스님들은 천민이나 노비에 버금갈 정도로 업신여김을 받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아랫마을에 사는 사또가 칠불사에 구경삼아 올라 왔는데,

아무도 내다보며 맞이하는 이가 없어 사또는 내심 기분이 무척

상했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마침 지금의 아자방

(亞字房)이 있는 선원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스님 몇 명이 앉아

있는데, 한 스님은 바르게 앉아 있고 한 스님은 혼침에 빠져

고개가 뒤로 젖혀져서 하늘을 쳐다보는 듯 앉아 있고, 또 한

스님은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 있고 한 스님은 좌우로 흔들흔들

리면서 졸고 있는 것 이였습니다.

 

사또는 중들이 자신이 행차를 하였는데도 내다보지도 않고

방안에서 앉아 있는 모습에 은근히 괘씸한 생각이 들어 그

가운데 한 스님을 불러내어 도대체 중들이 백성들의 피땀 어린

시주를 받아먹으면서 무엇 하는 짓인가를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불려나온 스님이 청산유수처럼 대답하기를 반듯하게

앉아 있는 스님은 정좌부동관(正坐不動觀)을 하는 중이고

하늘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스님은 하늘을 우러러 보고 별자리

를 관하는 앙천성수관(仰天星宿觀)을 하는 중이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스님은 지하에서 고통 받는 지옥 중생들을 관

하는 지하망령관(地下亡靈觀)을 하는 중이며 좌우로 흔들

거리는 스님은 봄바람에 버드나무가지가 흔들리듯 관을

하는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을 하는 중이라고 대답을 하자

사또는 화가 치밀어 올라 포졸로 하여금 그 스님을 곤장을

치도록 하여 스님은 엉덩이에 피멍이 들도록 곤장을

맞았습니다.

 

사또 일행이 돌아가고 난 뒤 곤장을 맞은 스님은 하도 억울해

서 도대체 저 사또가 나하고 전생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렇

게 곤장을 때리는가 하는 생각이 끊어지지를 않고 몇날 며칠

을 머릿속에 맴돌다 어느 날 문득 전생이 보였습니다.

 

까마득한 과거 어느 생인가 알 수 없지만 그때 당시에 자신이

절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있을 때 아랫동네에 누렁개 한 마리가

절에를 자주 올라왔습니다. 절에서 헌식을 한 음식을 주워 먹

는 것에 길들어진 그 누렁개는 심심찮게 절에를 올라왔던 것

입니다.

 

그러던 하루는 천도재가 있어서 행자가 법당 안에 음식들을

차려놓고 다른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마을에서 올라온

누렁개가 법당에 들어가서 떡을 한 조각 물고 나오다가 법당

문 앞에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아직 천도재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 개가 떡을 물고나오다니...

화가 난 행자는 냅다 발로 누렁개의 엉덩이를 걷어 차버렸습니다.

누렁개는 입에 물었던 떡을 떨어뜨리고 소리를 지르며 달아

났는데, 행자가 화가 풀리지 않은 마음으로 떨어진 떡 조각을

주우며 마음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왕 개가 물고 나온 떡으로

는 다시 제상에 올리지도 못할 것인데, 괜히 개를 발로 찼다.

라는 마음에 떨어진 떡 조각을 주워들고 누렁개를 찾아나서

멀리 떨어져서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는 누렁개에게 떡을

던져주는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생에 한 번 발길로 걷어찬 그러한 과보로 자신이 그

사또에게 곤장을 맞게 된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또는

관가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괜히 그 스님을 곤장을 쳤다.

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중에 포졸을 시켜 칠불암에 있는

스님들에게 쌀을 가져다주라고 하여 스님들이 식량에 걱정

없이 정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는 고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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