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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감사훈련

'못생긴 도장', 감동실화

by 법천선생 2024. 3. 22.

나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도장이 있습니다

"어머,또 그 도장이에요?"
"도장 하나 새로 파시라니까요. 체면이 있지."
"어, 허허허."

진단서나 각종 서류에 도장을 찍을 때마다
의사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다들 성화를 댈 만큼 초라한 목도장
하지만 나는 20년 손때 묻은 도장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일입니다
선생님이 중학교에 들어가려면 입학원서를
써야 한다며 도장을 가져 오라고 하셨습니다
가난한 교육자 가정에서 7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내느라 도장 하나 새겨 주기도 힘들만큼 어려운 형편이었던 그 때.

아버지는 궁여지책으로 당신의 헌 도장을 꺼내
깍아 버리고는 조각칼로 내 이름을 새겨 넣어습니다.

"에이. 몰라....."

다음 날 아침 눈을 떳을 때 머리맡엔 아버지가 밤새 깍은 도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손때 묻어 거무튀튀한 막도장 삐툴빼툴 서툰 글씨

친구들은 모두 잘생긴 새 도장으로 입학원서에 도장을 찍는데
왜 나만 항상 남보다 못한 걸 쓰는지....
그 보잘것없는 도장을 꺼내 누가 볼 새라
살짝 찍으면서 또 얼마나 서럽고 부끄러웠는지

내가 그 못생긴 도장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채온을 느끼게 된 건 의대를 졸업한 뒤였습니다

진단서에 찍을 도장을 찾다가 서랍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목도장
그 우연한기회에 내 눈에 들어온 건
어릴 때 보았던 보잘 것 없는 도장이 아니었습니다

"어이쿠. 아야...아야."
아버지가 조각칼에 벤 손가락을 움켜쥐고 있는 동안
그때 그 방안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20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고급 도장도 있지만 그날 이후 나는 도장을 쓸 일이 있으면 오로지
그 못생긴 도장을 써 왔습니다

아버지의 숨결
아버지의 체온으로 쓰면 쓸수록 도장이 따뜻해지기 때문입니다.

https://cafe.daum.net/lsjk3785/inHW/1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