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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놀라운 선지식 부필거사 이야기

by 법천선생 2024. 4. 30.

중국 송(宋)나라 때 부필 거사는

도량이 아주 넓은 인물로 유명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욕할 때면 못 들은 척 했고

실제로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행동했다.

 

한번은 아주 흉악한 사람을 만났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그에게 욕을 해댔다.

 

곁에 있던 누가 보다 못해 그에게 일러바쳤다.

“저 사람이 지금 선생님을 욕하고 있어요!”

그러자 그는 도리어 정색하고 이렇게 말했다.

 

 “천하에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으니,

그가 말한 부필이 꼭 나라고 할 수 없겠지요.”

 

욕설을 퍼붓던 그 사람은 부필이 끝내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자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욕을 하지 않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외도들의 비방과 욕설을 들을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부처님과 같은 인격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의 경계에 여여부동할 수 있는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런 분은 필시, 앎과 실천이 한결같은 지행합일의

 삶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니, 지금 우리 곁에 있다면

누구든지 선지식이나 스승, 성자라고 존경해마지

않을 것이다.

 

수옹 선사를 친견하고서 비로소 당신의 스승임을

직감하게 된다.

 

마침 선사는 법좌에서 대중 설법을 하고 있었는데,

부필이 들어오자 한 번 바라보는 모습이 부필에게는

마치 코끼리 왕이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단번에 임자를 알아본 것이다. 좌우 돌아보는 수옹

선사의 모습 보고 깨달아 부필 거사가 진호주를

다스릴 때는 수옹 선사를 초대해 그의 관할구역에

묵도록 하고 아침 저녁으로 심법을 묻는 정성이 있었으니,

 

고관대작으로서 남다른 하심과 간절함을 갖춘

대근기였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근기도 깨닫는 과정에서는 고비가

없지 않았다.

 

수옹 선사는 처음에는 부필의 질문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까지 해주었으니, 며칠이 지나자 점점 태도를

바꾸었다.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아꼈으며, 제자가 이해한 바를

말씀드릴 때마다 “불법은 그런 게 아니오”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또 며칠이 지나서는 아예 대답을 말로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옆으로 흔드는 것으로 길을 안내할 뿐이었다.

 

이쯤 되면 웬만한 관리들은 화가 나서 질문을 중단하거나

스승의 경지를 의심하거나 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평생 여러 공덕을 많이 쌓은 탓인지 거사는 왜

스승이 자신의 답을 모조리 틀렸다고 하는 것인지,

 

더욱 화두의심에 몰입했고 마침내 화두삼매에 드는

경지에 도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필 거사는 자신이 말만 꺼내면 선사가

틀렸다고 했던 까닭을 확연히 깨달았다.

 

부필 거사는 세간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

이란 재상의 부귀공명을 누리면서도 늘 겸손한

자세로 백성을 대하고 스승을 극진하게 공경했다.

 

그러니, 열심히 수행하여 선지식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것이다.

 

『나호야록』에 기록된 아래와 같은 평가는 세간과

출세간에서 모두 존경을 받은 부필 거사의 높은

도와 덕(道德)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 옛날 부처님께서 ‘부귀를 누리면서 도를

배우기는 특히 어렵다’고 하셨다.

 

더구나 신하로서 가장 높은 지위에 이르렀고

공명(功名)을 한 몸에 지닌 그가 도를 이루었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포난(飽暖)에 사음욕(思淫慾)이오,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이라!”(명심보감)

배부르고 따뜻하면 마음속에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 찰 것이고, 춥고 배고플 때 도심을 발할 것

이라 했다.

 

요즘처럼 살기 좋고 편한 세상에 과연 누가

도를 닦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먹고 살만하고 적당히 행복하다면 생사 해탈에

관심을 갖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종교의 위기, 불교의 위기 시대에 더욱

수행에 무관심해지고 나태해진 불자들은 부귀와

공명을 누림에도 쉼없이 정진한 부필 거사의

구도정신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먹고 살만하게 생을 누린다 한들, 그 유한한

행복이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숨 넘어가기 전에 부지런히 염라대왕과 맞설

힘을 길러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마음공부 밖에

없음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끝없는 향상일로

(向上一路)의 정진을 발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