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하고 험한 삶의 밑바닥에서
맑은 샘물같은 행복을 퍼 올린 사람을
보기도 했다.
노동자 출신 시인인 그는 폐암 말기였다.
달동네 꼭대기 어두컴컴한 임대아파트
방에 혼자 누워 있는 그를 찾아갔다.
세상의 고난은 모두 그를 찾아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난과 고독, 병과 늙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고통의 바다인 이 세상의 마지막 파도에
그는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입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같은 죽어가는 환자가 하루종일 누워
있을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게 감사해요.
이웃의 중학교에서 급식에 남은 누룽지를
가져다줘요.
성당에서 나물 반찬을 가져다 냉장고에
넣어줘요.
목욕 봉사를 하는 분이 더러 와서 몸을
씻겨줍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투명한 이슬이 맺힌
호박꽃이 보입니다.
누가 호박꽃을 밉다고 표현하나요?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저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시인은 내가 만난 후 죽을 때까지
몇 달 동안도 매트리스 아래
공책과 연필을 놓고 시를 쓰다가 죽었다.
그는 내가 그의 마지막 시집을 내줬으면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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