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청나라 광서10년(서기 1883년).
메뚜기의 서식지로도 유명한 중국의 사천성
자류정이란 마을에 기상천외한일 하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날은 축제일도 아니요,명절도 아니건만
이른 아침부터 남녀노소할 것없이 마을 중앙의
빈터로 몰려나와 호기심 반 흥분 반의 모습으로
웅성대고 있었다.
"대체 이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
때마침 부근을 지나던 과객 하나가 토박이
한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모르십니까? 오늘 이 고을의 유명한 신선이신
황원길 선인께서 백일승천하신답니다.
거 왜 우화등선이라고 하는거 말입니다"
"뭐 황원길 선인?
과객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원길 선인이라면 자류정 마을은 물론이요
온 중국 땅덩어리에서 추앙해 마지않는 불세출의
신선 아닌가.
그와 같은 희대의 선인이 우화등선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억만 번 태어나도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황원길 선인의 나이는 지금
6백세라고 한다.
과객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황 선인에 관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말씀을 해주시던 할아버지 역시 아득한
옛날에 증조부의 무릎에 안겨 그 얘기를 들었다 한다.
증조부는 또 고조 할아버지로부터....과객은
아무래도 황 선인의 나이가 6백이라는 말이
사실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과객의 입에서 무거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중국 최대의 민중신앙이라면 그것은 바로 도교다.
도교의 사찰은 도관 또는 궁이라고 하며 그 수행자를
도사라고 부른다.
그 도사 가운데서도 수행을 오랫동안 깊이 쌓아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선인이라고 불리워질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며 선인들 중에서도 실제로
우화등선의 비법을 실행할 수 있는 경지의 사람은
몇몇 되지 않는다.
황원길 선인은 바로 그 몇 안되는 고인 가운데
하나였다.
과객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군중 속에 묻혀
황원길 선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백일승천 또는 우화등선이라고 하는 것은
불로불사의 비법을 터득한선인이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대신에 여러사람이 목격하는 가운데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마침내는 아득한 허공 가운데서
녹아버려 시공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차원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말한다.
황제 헌원씨의 우화등선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근년에 일본에서도 조길이란 선인이 백일승천했다는
`이문'의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경기도 양평 현감을 지낸
북창자 정렴이 불과 42세의 나이에 우화등선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중국의 기록인 `신선전' `열선전'을 비롯한
선인전 가운데는 우화등선을 행한 사람들의 현장기록이
무수히 많이 기재되어 있다.
과연 정오가 되자 이제껏 굳게 닫혀 있던 상청궁(도교
사찰의 이름)의 붉은 대문이 좌우로 활짝 열리더니
학처럼 고고한 모습을 한 황원길 선인이 조용히 빈터로
걸어나왔다.
그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 걸음걸이 등은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빈터 중앙에 당도하자 미소 띤 얼굴에 가만히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았다.
그순간 말없이 선인의 주위를 옹위하고 있던 제자들의
입에서 일제히 `황정경'(도교경전)을 봉독하는 비장한
읊조림이 터져나왔다.
사실 제자들은 스승과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해서
그동안 여러차례 승천을 연기해줄것을 간청해 왔던 터였다.
그러나 황원길의 결의는 철석같이 굳어서 도저히
번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마침내 헤어지는 슬픔을 가슴속 깊이
감추고 다만 스승이 마지막으로 몸소 보여주는 선도
최후의 깊은 뜻과 신비의 비법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뜬 채 `황정경'을 암송할 따름이었다.
황원길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즐거운
표정으로 제자 한사람 한사람과 이별을 나눴다.
"이제 시간이 되었구나. 일양야, 뒷 일을 부탁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제자인 일양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 날은 아주 쾌청한 날씨였으나 황원길이 살고 있던
상청궁 지붕 위에는 이른 아침부터 가벼운 조각구름이
감돌고 있었다.
그가 막 두 눈을 감는 순간 조각구름은 오색영롱한
서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빈터 주변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신성하고도
장엄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세상에..."
"이럴 수가..."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다만 두 눈을 부릅뜨고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황원길 선인의 모습은 서서히 허공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황원길 선인의 몸은 상청궁 지붕 위에 떠있는 조각구름
보다도 더 높은 공중으로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그리고 끝내는 그 깨알같던 모습마저도 허공속에 녹아든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 황원길 선인은 두번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면 대체 황선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종교에서 말하는 천당이나 극락으로 간 것일까?
아니다. 선인의 자아는 개체로서의 의식과 기억 그리고
생전의 육신을 그대로 지닌 채 천지간에 융화되어 버린 것이다.
이를 기화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야 말로 내가 우주요,
우주가 바로 나 자신인 신인합일, 환허합도의 궁극적 경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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