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자기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의 기억과 지식, 지혜를 공유하며
살아간다.
마치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서버에
언제든지 접속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무속인들은 사람이 찾아오면
그 서버에서 그 사람의 과거 기록을
읽어내듯 놀라울 정도로 잘 맞추기도 한다.
이런 경험, 없었는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이유 없이 불쾌하고
거슬릴 때. 그건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 안의 기억이 내 안에 있는 같은
기억을 깨운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무례함에 과하게
화가 난다면 내 안에도 과거에 그에게
무시당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을
고치거나 정화하는 게 아니다.
내 안의 기억을 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건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컴퓨터로 치면 이렇다. 바이러스 걸린
파일을 남의 컴퓨터에서 지울 수는 없다.
내 컴퓨터부터 삭제하고 청소해야 한다.
내 안의 오래된 기억들을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서 느껴지던
그 불편함도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영감은 신성으로부터 오지만, 기억은
인류가 공유하는 집단 무의식의 데이터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감지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기억을 함께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내 안의 악성 파일을
모두 삭제하고 영감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최적화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건 의무가 아니라, 아주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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