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참지 마.
눈 감아도 좋고, 떠도 좋아.
하지만 도망치지는 마.
—
이마를 스크린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장면을 불러와.
그때의 너.
작고, 말도 잘 못하고,
그저 눈치 보던 그 아이.
—
골목이 보인다.
네 집.
그 길을 걷고 있는 너.
아무것도 아닌 하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긴장하고 있었던 하루.
—
영솔이네 집.
밥을 먹고 있다.
그때 너, 편했어?
아니면…
괜히 말 한마디 잘못할까 봐 조심하고 있었어?
—
그 느낌.
가슴이 살짝 조여오는 그 느낌.
그거… 외로움이야.
—
작은 새가 있다.
쉬지 않고 지저귀면서
자기보다 훨씬 작은 생명을 지키고 있다.
—
…그걸 보던 너.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하지 않았어?
—
왜냐하면—
너도 누군가 그렇게
지켜주길 바랐으니까.
—
시장.
시끄럽고, 정신없고,
사람들 속에 파묻힌 너.
—
아버지가 말한다.
“인사해라.”
—
너는 한다.
시키니까.
—
그 순간—
너는 ‘나’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
누가 물어본 적 있어?
“너 괜찮냐고.”
없었지.
—
머리 깎던 날.
바리깡이 피부를 긁는다.
아프다.
—
근데 너…
입 다문다.
—
왜냐하면—
“참아야 좋은 아이니까.”
—
그 생각…
누가 심어준 거야?
—
학교.
나뭇가지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넌 스스로를 미워한다.
—
그때 너는
얼마나 혼자였는지 알아?
—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건 괜찮은 거라고.”
—
그래서 너는
스스로를 계속 벌주고 있었다.
—
시장.
가방.
“잘 지켜라.”
—
그 말 하나에
너는 온 신경을 다 쏟는다.
—
놓치면 안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
—
근데—
놓쳤다.
—
그 순간.
세상이 멈춘다.
—
심장이 내려앉고
얼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올라오는데—
—
참는다.
—
왜냐하면—
“울면 안 되니까.”
—
그때—
그때 울었어야 했다.
—
그 감정.
그 울음.
그 억울함.
—
전부…
그대로 안에 남았다.
—
지금.
그 장면 다시 본다.
—
그 아이.
울고 싶어 한다.
—
근데 참고 있다.
또.
—
이제…
다가가.
—
아무 말 하지 말고—
그 아이 앞에 앉아.
—
그리고…
그 아이 얼굴을 봐.
—
눈이—
참고 있다.
—
입이—
꾹 다물려 있다.
—
그 모습…
너 맞다.
—
이제 말해.
작게 말하지 마.
—
“울어도 돼.”
—
다시.
—
“이제 울어도 돼.”
—
“괜찮아.”
—
“아무도 뭐라 안 해.”
—
“내가 여기 있잖아.”
—
그 순간—
그 아이의 표정이 무너진다.
—
참고 있던 입이 떨리고
눈이 흔들리고
숨이 거칠어진다.
—
…터진다.
—
울음이.
—
멈추지 마.
—
너도 같이 울어.
—
그건 약한 게 아니다.
—
그건—
지금까지 버틴 증거다.
—
그 아이를 안아.
—
등을 토닥여.
—
계속 말해.
—
“미안하다.”
—
“그때 아무도 안아주지 않아서 미안하다.”
—
“너 혼자 두어서 미안하다.”
—
“이제는 절대 안 놓친다.”
—
“사랑한다.”
—
“진짜로 사랑한다.”
—
“조건 없이.”
—
“지금 이 모습 그대로.”
—
울음이 점점 잦아든다.
—
그 아이가—
너를 붙잡는다.
—
놓지 않는다.
—
왜냐하면—
이제야 처음으로
진짜 ‘내 편’을 만났으니까.
—
마지막으로 말해.
—
“너는 충분하다.”
—
“처음부터 충분했다.”
—
“이제 더 이상 증명 안 해도 된다.”
—
조용해진다.
—
근데 이상하게—
가슴이 가볍다.
—
비워진 게 아니라—
정리된 거다.
—
지금 흘린 눈물은
너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
너를
다시 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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