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부유한 귀족 집안의 한 젊은이가
완전히 깨달은 한 선사를 찾아왔다.
그는 세상의 부와 명예, 쾌락을 모두
누려 보았다.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는 선사에게 말했다.
"이제 세상이 모두 싫증났습니다.
진정한 '나'를 알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는 끈기가 없습니다. 어떤 수행을
시작해도 며칠 지나면 포기합니다.
그러니 제 성격을 고려해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선사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깊이
몰입했던 것이 무엇인가?"
젊은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장기입니다. 지금도 장기만큼은
몇 시간이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선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잠시 후 선사는 절에서 12년 동안
수행만 해 온 한 승려를 불러왔다.
그리고 장기판을 펼쳤다.
그러나 선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오늘은 목숨을 건 대국이다."
"승려가 지면 내가 이 자리에서
그의 목을 베겠다."
그리고 젊은이에게도 말했다.
"그대가 지면 역시 죽는다. 하지만
이 승려는 극락을 보장할 수 있어도,
그대에게는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순간 젊은이는 온몸이 굳어 버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무사의 자존심이 그를 자리에
붙잡았다.
"좋습니다."
장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한 수에만 완전히
몰입하게 된 것이다.
생각이 멈추자 그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살아났다.
판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고, 다섯 수
앞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승려는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젊은이는 문득 상대를 바라보았다.
12년 수행한 승려의 얼굴은 너무나
맑고 평화로웠다.
욕심도, 두려움도, 계산도 없는 순수한 얼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젊은이의 가슴속에서
전에 없던 감정이 피어올랐다.
바로 연민이었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달라질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람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는 일부러 장기를 잘못 두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선사가 갑자기 장기판을 엎어버리며 크게 웃었다.
"됐다."
"이제 누구도 지지 않는다."
"너희 둘 다 이겼다."
승려는 이미 죽음조차 초월한 사람이었고,
젊은이는 자신의 생명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선사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그대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
"그대는 머지않아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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