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요일은 아무래도 센치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저 가만히 이 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창문 밖의 산과 논, 그리고 새들과 함께 하고자, 저 또한 비의 나그네가 되어 봅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린 대로 이곳의 생활사를 담은 쪽지를 지인들에게 보내는 게 일과가 되었는데, 지난 봄, ‘상추’와 ‘개구리’를 소재로 한 쪽지 두 편을 소개합니다. 지난 토요일 파종한 상추가 마침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성급한 마음에, "혹시 오늘은 싹이 돋아났나?" 면밀히 살펴보곤 했는데, 엿새가 지나서야 여리디 여린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시골에서 산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는군요. 언뜻 보면 단순할 수밖에 없는 일상이지만 똑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는 걸 보면,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나 봅니다. 여기서 얻은 것 중의 하나가 얼굴과 손발이 붓는 증세가 싹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걷는 운동을 비교적 꾸준하게 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깨와 무릎의 통증은, 제가 환자라는 사실을 각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늘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마치 몰매를 맞은 듯한 통증이 엄습하면 차라리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기도 하지요. 들꽃, 물고기, 산, 시냇물, 새, 바람, 구름... 그간 친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어떻고요. '침묵의 대화', '심전의 대화'를 나누는 맛 또한 일품입니다. 느리고 천천히, 그리고 사색하며 시골에서 사는 재미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거지요. 산책길에 시냇가에 핀 제비꽃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만 비에 흠뻑 젖었습니다. 화들짝 놀라 뛰는 형국이란, 영락없이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우(?)에 가까운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면 본격적인 농삿철이 도래하겠지요. 우비를 입고 물을 가두기 위해 바쁘게 삽질하는 농부의 손놀림을 보면서 노동의 신성함과 겸손을 배웁니다. 그럼 또. - 상추가 얼굴을 내밀었네요(4/20) 어젯밤부터 개구리들의 합창이 시작되었습니다. 물이 고인 논에서는 어김없이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올챙이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개구리가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제는 첫날이니 만큼 창문을 활짝 열고 그 녀석들의 대합창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 오전 2시가 되서야 비로소 그들만의 축제를 마치더군요. 오늘도 어김없이 개구리들의 대잔치가 열렸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 사이에도 선창을 하는 '대장 개구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장이 목청을 드높이기 시작하면 이내 모든 녀석들이 뒤따라 울어대고, 잠시 잠잠하다가 같은 현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군요. 오늘은 어제처럼 창문까지 여는 유난을 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듣기 좋은 소리라 한동안 귀 기울이면서 그들의 향연을 음미했습니다. 심야에 현지민 한 분이 찾아 왔습니다. 즉석에서 마련한 몇 가지 안주로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주제 없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개구리들의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지요. 상추가 서로 키재기를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자연은 역시 '생명의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또. -개구리들의 향연(4/22) 방금 한 마리의 백로가 제 곁(창문 밖이 바로 논입니다)으로 날아왔습니다. 얼굴을 마주대하기가 쑥스러운 지 녀석은 엉덩이 쪽을 보여주는군요. 참으로 고고한 자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에 비중을 조금 더 둬야겠습니다. 오늘날 최소한의 삶을 이어주는 생명줄과 같은 작업이거든요. 아주 오래 전에 잠시 해봤던 작업에 손을 대고 있는데, 그런 대로 재미와 보람을 안겨줍니다. 또한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고요. 적으나마 그 대가로 쌀도 사고, 생필품도 사는 거지요. 평안한 오후 되십시오. 그럼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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