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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감사훈련/대인관계론

어머니,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by 법천선생 2010. 2. 10.

인의 장막에 갇히는 후보

   선거의 속성상 한 개인이 선거에 입후보자가 되면 ‘인(人)의 장벽(障壁)’에 둘러싸인다. 선거의 성격, 후보의 역량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포스트’가 서면 외부와는 차단된다. 입후보자의 옆을 측근들이 밀착한다. 이들은 후보와 생각까지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없듯이 이들 1진들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 밖으로 2진이 겹을 포갠다. 후보의 최측근과 연결되거나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강한 사람들이다. 최소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그 바깥으로도 몇 겹의 막이 쳐지지만 모두가 판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후보가 ‘이긴다’고 믿거나,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거나, 심지어 ‘젯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운동원들도 이 ‘레이스’가 계속돼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후보는 객관적인 세상으로부터 차단된다.

  결국 후보의 눈과 귀는 막힌다. 말의 성찬이다. 온통 ‘된다’고 말하니 스스로 우쭐해진다. 객관적인 말을 해 줄 사람은 후보로부터 유리됐고, 주변에서는 달콤한 말로 부추긴다. 선거판에서는 상대의 운동원조차 ‘안된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후보는 자아 도취된다. 이때부터는 말을 스스로 거르게 된다. 듣기 싫은 소리를 무시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라도 당선에 무모한 확신을 갖는다. 이 자기 확신이 없이는 ‘맥이 풀려’ 그 험한 노정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도 없다.

  이렇게 당선이 확실하던 판에 믿지 못할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주위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온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다들 ‘된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달려왔는데 결과는 무참하다. 후보는 모두가 날 지지한다고 착각했겠지만 유권자의 표를 얻는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뒤늦게야 현실을 깨닫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선자들은 서서히 자신의 눈과 귀가 그동안 닫혔음을 깨닫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열정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됐음에 고마워하게 되고, 민심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많은 유권자를 만나고 다녔지만 ‘빙산의 일각’이었고, 유권자들의 ‘립 서비스’를 그대로 받아들인 자신의 어리석음도 깨치게 된다. 그 때가 돼서야 비로소 겸손을 배우게 된다.
 
 유권자의 냉혹함 깨달아야

   당선자들은 이 깨달음의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다. 후보 시절의 들뜬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여기에 당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더욱 기고만장해지기 마련이다.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 온 개선장군이다. 사기는 하늘을 뚫을 기세다. 이제는 권력까지 손에 쥐었다. 세상이 무서울 게 없다. 측근들은 그의 귀와 눈을 막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 쓴 말은 묵살되고, 달콤한 말만 측근들을 통해 전달된다. 이런 지경이라면 그는 이미 나락의 늪에 들어선 것이다.

  권력자들은 그래서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측근이라는 부류에 갇혀 민심과 격리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뒤돌아봐야 한다. 유권자들은 침묵 속에서도 수를 읽고 있다. 유권자의 심판은 냉혹하다. 선거가 1년 남았다. 권력에 취해 민심을 무시했다가 뒤늦게 후회한 들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선거 때 한 후보의 사무실 벽에 내걸렸던 ‘어머니, 이제야 깨달았습니다.’라는 참회의 문구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한동안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다. 후보 스스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자조감에 세상과 등을 돌리고, 이후 한동안은 지역구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그러다 영영 남이 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선거 때가 되면 슬그머니 발을 들이기도 한다. 
낙선자가 갖게 되는 배신감은 선거 과정을 복기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선거 운동을 할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격려한다. 선거 전날 까지도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 유권자들 모두가 자신을 찍어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선 당장은 정치고, 사람이고 다 끊고 떠나고자 하는 상심에 동정이 간다.